여당이 추진하는 노동이사제의 롤모델은 독일이지만, 박 의원의 입법안은 독일보다 훨씬 세다. 독일의 경우 이사회가 경영이사회와 감독이사회로 나뉘어 있는데, 노동이사는 감독이사회에만 들어간다. 노동이사가 경영 의사결정에는 참여하지 않고, 경영진의 결정이 법규에 맞는지 따져보기만 한다. 반면 박 의원 안에선 노동이사의 권한이 상임이사와 동일하다. 가뜩이나 공공기관들의 방만경영이 문제인데 ‘낙하산’ 경영진과 노동이사들이 이사회를 차지하게 되면 경영효율은 더 떨어질 게 불 보듯 뻔하다. 그 부담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전가되고, 노조 영향력 확대로 ‘철밥통’ 공공기관 개혁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노동이사제가 공공기관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때 노동이사제를 공공기관에 우선 도입하고 이후 4대, 10대 대기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민주노총이 기업을 압박하고,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거들 경우 민간기업으로의 확대는 시간 문제일 것이다.
거대 여당이 쏟아내는 기업 족쇄 법안은 이뿐이 아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지난달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20대 국회에서 논의되지 못한 공정거래법과 상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거센 비판에 밀려 20대 국회에서 자동폐기된 법안들이다. 유통대기업의 손발을 묶는 유통산업발전법, 해고자 노조 가입 허용 등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도 추진하고 있다. 또 이용우 의원은 이달 초 최대주주 의결권 제한, 의무공개매수제 도입 등을 핵심으로 한 ‘상장회사에 관한 특례법(상장기업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문 대통령은 ‘미증유의 비상경제시국’이라며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 유지를 독려했지만, 176석 거대 여당의 기업 때리기 ‘입법 폭주’는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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