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코로나 마녀사냥

입력 2020-08-19 17:49   수정 2020-08-20 00:26

‘코로나 2차 대유행’이 현실이 되면서 어제부터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 실내 50명 이상, 실외 100명 이상 모이는 행사가 금지됐다. 노래방 PC방 유흥주점은 영업이 중지됐고 도서관 박물관 등도 문을 닫았다. 교회 예배도 비대면으로만 가능하다. 어제 하루에만 297명(수도권 252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등 엿새 동안 1288명의 환자가 발생한 점을 감안하면 불가피성도 없지 않다.

그런데 이 와중에 국민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것은 정부의 태도다. 정부는 이번 수도권 대유행의 책임을 지난 15일 반(反)정부 시위를 강행한 사랑제일교회에 돌리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국가 방역시스템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며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용서할 수 없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지난 2월 대구 신천지교회를 확산 주범으로 몰던 때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대유행 조짐이 보이는 와중에 다수가 모이는 대규모 집회를 강행한 것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방역 최종 책임자인 정부가 ‘남 탓’도 모자라 ‘마녀사냥’이라도 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 국민적 공분을 낳고 있다.

전문가 중에는 이번 재유행이 명백히 정부 책임이라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정부는 지난달 24일부터 교회 소모임 금지를 해제했고, 총리는 내수를 살린다며 8월 17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경제부총리는 1800만 명에게 소비쿠폰을 뿌렸다가 코로나가 확산되자 이틀 만에 중지했다. 하나같이 국민에게 “코로나가 끝나가니 밖에 나가 사람 만나고 먹고 놀러다니라”는 신호였다.

그랬던 정부가 이제와서 ‘나쁜 교회’가 코로나를 확산시켰다고 몰아세우는 식이다. 올해 초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 우한으로부터의 입국을 막지 않던 정부가 대구 신천지교회를 ‘코로나 주범’으로 지목하던 때와 너무 닮았다. 코로나가 잠잠해질 때는 ‘K방역’을 자화자찬하더니 상황이 바뀌자 국민에게 화살을 돌리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방역보다는 변명과 책임 회피에만 골몰하다 보니 집합금지 조치도 일관성을 결여했다는 지적이 많다. 50명 이상 실내 모임을 금지하면서 ‘콩나물시루’인 출퇴근 만원 지하철에는 아무 조치도 안 하고, 감염위험이 PC방보다 결코 낮지 않은 카페는 영업중지 대상에서 뺀 게 대표적이다.

문제 해결보다는 자기방어, 정책보다는 정치를 앞세우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인내심도 바닥나고 있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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