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하면서 상반기 저장성 식품인 라면 매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조사가 나왔다.
감염에 대한 공포와 재택근무 확산 등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봉지면의 비중이 늘어난 점이 특징이다. 과거 성장세를 나타내던 컵라면 비중은 하락했다.
20일 농심에 따르면 닐슨코리아가 분석한 올해 상반기 국내 라면 시장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 성장한 1조13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반기 실적으로는 사상 최대치다.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된 2~3월부터 국내 라면 수요는 가파르게 증가했다.
농심은 "연간 2조원대에서 횡보하던 라면 시장에서 이 같은 성장은 '위기에 강한 식품'이라는 라면의 특징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며 "비대면 소비 경향이 확산되면서 온라인 라면 주문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농심의 자체 출고데이터 기준으로 올 상반기 온라인 채널 라면 매출은 4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올 상반기 라면 시장에서 코로나19 특수와 함께 인기가 검증된 스테디셀러의 매출이 두 자릿수대 성장을 이뤄냈다.
라면시장 1위이자 농심의 대표상품 '신라면' 매출이 12.4% 증가한 것을 비롯해 2위와 3위인 '짜파게티'(23.2%), '안성탕면'(34.9%)이 두드러지는 성장세를 나타냈다.
농심 관계자는 "경기불황이나 재해 등 위기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신제품보다 이미 검증된 인기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소비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려는 경향이 있다"며 "소비자뿐만 아니라 유통 채널에서도 가장 잘 팔리고 회전율이 좋은 '신라면'을 최우선으로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봉지면 수요가 증가하고, 성장세를 나타내던 컵라면(용기면) 소비가 주춤하는 흐름이 나타난 점도 특징이다.
당초 라면 시장에서 컵라면 소비는 꾸준히 증가해 비중이 2016년 33.2%에서 지난해 37.5%까지 높아졌다. 1인 가구가 늘고 편의점 인기가 늘어난 결과다.
그러나 올해 들어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 근무, 개학 연기 등 야외 활동이 감소해 컵라면 매출 비중은 34.3%로 하락했다.
농심 관계자는 "집에서 생활하는 '집콕족'이 늘어나면서 라면 소비도 봉지면으로 집중됐다"며 "봉지면은 용기면 대비 저렴한 가격에 양이 많고, 집에서 한끼 식사 대용으로 끓여먹을 수 있어 위기상황에서 가장 먼저 찾는 비상식량으로 평가받는다"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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