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80여종 개발한 정밀기계 제작의 달인…부품 1만개 '마스크 제작기' 두달 만에 완성

입력 2020-08-20 15:19   수정 2020-08-20 15:21


서울 서남부인 구로동 가산동 신도림동 문래동 일대에는 1만 개가 넘는 중소기업이 산재해 있다. 이 중 수천 개가 종업원 10인 미만 제조업체다. 이를 소공인이라고 한다. 이들 기업인 중에는 10대나 20대에 산업현장에 뛰어들어 30~40년 동안 금속가공과 기계 제작을 해와 기술력이 뛰어난 사람이 많다. 마이스터라고 할 수 있다. 문래동에 있는 윤창기계는 라미네이팅기 등 80여 종의 기계를 개발한 데 이어 최근엔 개발에 들어간 지 두 달 만에 마스크 제조기계를 완성했다. 부품이 무려 1만 개가 들어간 정밀 제품이다.

이달 중순 윤창기계에 들어서니 직원이 큼지막한 기계를 조립하고 있었다. 길이가 6.8m에 이르는 마스크 제조기계다. 이 회사 김종관 사장(63)은 “지난 6월부터 개발을 시작해 두 달 만에 완성했다”며 “들어간 부품이 약 1만 개에 이르는 정밀 기계”라고 말했다. 센서 컨트롤러 기어 모터 볼트 너트 등 수많은 부품이 장착됐다. 컨트롤박스 내부엔 복잡한 전기·전자장치가 가득했다.

김 사장이 이를 불과 두 달 만에 완성할 수 있었던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45년 넘게 기계 제작에 몰두해온 경험이다. 충남 홍성에서 태어난 그는 10대 초반 상경해 10대 중반부터 목장갑을 끼고 공장에서 일했다. 세운상가를 거쳐 영등포 오목교 부근에서 선반 밀링 유압프레스 등을 다뤘다. 23세 되던 1980년 문래동에 진출해 의료기기 부품 생산업체를 차렸다.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은 뒤 2000년에 재창업했다. 그는 “취미도 없이 평생 일만 했다”며 “주말에도 공장에 나와 일했다”고 말했다. 기계 제작에 일가견이 생겼다.

둘째, 발명에 대한 집념이다. 그는 소형 라미네이팅기를 비롯해 슬리팅기 등 다양한 정밀 기계를 개발하면서 어떻게 하면 남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지 연구했다. 기업부설연구소를 설치하고 전문인력을 채용해 함께 고민했다. 80여 종의 기계를 만들었고 발명특허도 5건 획득했다. 상당수가 반자동이나 자동기계다. 김 사장은 “고속열 라미네이팅기는 까다로운 원단을 합지할 때 발생하는 컬링(주름)현상을 해결한 설비”라며 “특허를 획득한 기계”라고 설명했다.

셋째, 협업이다. 자동화기계는 전기·전자부품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기엔 각종 센서와 컨트롤장치 등이 들어간다. 이는 외부와의 협력을 통해 해결했다. 김 사장은 “수년 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지원으로 개설된 문래소공인경영대학 과정에 다니며 경영이란 게 뭔지 공부했고 여러 사업에 참여하면서 협업의 중요성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기존의 주력 제품은 라미네이팅기와 슬리팅기(지관 등을 자르는 기계)다. 이를 주로 생산하던 그가 마스크 제조설비 개발에 나선 데는 고객들의 요청이 있었다. “기계를 잘 만드니 한번 도전해보라”는 요청을 여러 차례 받았다. 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가 품귀현장을 빚자 직접 뛰어들기로 했다. 마스크 생산 시스템을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 우선 중국 기계를 들여다 마스크를 제조하기로 했다. 김 사장은 “기계가 도착했지만 원하는 대로 작동이 되질 않았다”며 “직접 부품을 갈아 끼우고 기능을 향상시키는 과정에서 기계의 원리를 파악했다”고 말했다. 인근에 마스크 제조업체인 윤창와이엠에스를 설립하고 클린룸 설비와 테스트실 등을 갖췄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비말마스크 인증을 획득하고 7월 하순부터 이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마스크 제조설비 개발을 병행해 8월 10일 1호기를 제작했다.

김 사장은 “우리가 개발한 설비는 필터와 부직포는 수동으로 공급하고 나머지는 기계가 알아서 완성하는 반자동기계”라고 설명했다. 하루 최대 3만 장의 마스크를 생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단순히 고객에게 설비를 파는 게 아니라 사전에 충분히 교육시킨 뒤 인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래야 제대로 된 마스크를 생산할 수 있고 사후서비스를 위한 출장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사업 목표는 고객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좋은 설비를 만드는 것”이라며 “끊임없이 신제품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낙훈 한경글로벌강소기업연구원장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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