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삼권분립에 실패한 이유

입력 2020-08-20 18:05   수정 2020-08-21 00:11

국가 권력을 입법·행정·사법으로 나누는 권력 분립의 취지는 그들 간 견제와 균형을 통해 자유를 보호하려는 것이다. 권력 분립은 동서(東西)의 보편적 현상이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자유를 보장하기는커녕 우리를 간섭주의·사회주의로 이끌어 가고 있다. 삼권분립에 고장이 난 것이다.

예컨대, 세금 폭탄으로 주택 소유자를 징벌하는 ‘부동산 3법’, 거주의 자유를 제약하는 주택거래 허가제 등과 같이 주택공급 확대가 아니라 징벌적 세금과 규제를 통해 뛰는 집값을 잡으려는 입법이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하는데도 행정부, 사법부 어디에도 이를 견제하는 곳이 없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강제단축, 세금 일자리 정책 등 경제적 자유를 억압하는 정부 정책을 견제하는 곳도 없다. 오히려 국회는 그런 정부 정책을 법률로 뒷받침한다. 이쯤에서만 봐도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권력분립은 실패한 게 틀림없다.

일각에서는 야당과 협의하지 않는 거대한 여당의 입법 폭주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문재인 정권이 국회를 장악했기 때문에 행정부에 대한 국회의 견제가 불가능하게 됐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헌법재판소, 대법원은 물론 검찰까지도 정부의 시녀(侍女)로 만들었기 때문에 삼권분립은 내용이 없는 빈껍데기만 남았다는 주장도 눈길을 끈다. 그런 주장들은 진정한 삼권분립은 무엇인가란 문제에 천착하지 않은 채 고장난 권력 분립의 원인보다는 결과만을 설명할 뿐이다.

흔히 사람들은 삼권분립을 민주정치의 핵심원리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착각이고, 삼권분립에 대한 오해다. 삼권분립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자유주의의 핵심원리다. 그리고 권력 분립과 법치는 분리할 수 없는 하나라는 걸 주지해야 한다. 법치는 자유주의의 유서 깊은 정치적 이상(理想)이다. 이런 것이 자유주의에서 비롯된 삼권분립의 본모습이다.

법치란 입법부로 하여금 ‘보편적’ 성격의 법만을 제정하게 하는 원칙이다. 그런 법만이 법다운 법이다. 의회에서 다수의 지지를 받았다고 해도 특정 그룹을 편애하거나 차별하는 내용의 법이라면 보편성을 결여했기 때문에 법이라고 할 수 없다. 예를 들면, 자기 진영을 지지하는 노동세력은 떠받들고, 소득을 늘리고 일자리를 낳는 등 국민에게 번영을 안겨주는 기업들을 억누르거나, 소급입법으로 임대인의 주택소유권을 심각하게 제약하는 것은 법이 아니라 일방적인 명령일 뿐이다. 보편성을 갖춘 법으로 통치하는 나라는 모든 인간을 인간으로서 똑같이 존중하는 데 비해, 명령으로 다스리는 나라의 인간은 정부에 예속돼 통치자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이와 같이 법치를 기반으로 하는 삼권분립에 따라서 입법·사법·행정권의 자의적인 행사를 제한했더라면 자유를 확립·보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예를 들면 통치자를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였다는 이유로 유죄가 선고되는 일, 영장에도 없는 사유로 언론인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경제 부문만을 본다면 고용·성장·빈곤·양극화를 비롯해 사회적·정치적 갈등, 도덕의 추락 등 오늘날의 심각한 상황은 없었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삶을 다른 길로 끌고 가고야 말았다. 그게 문재인 정권이 촛불정신을 구현한 것이라고 믿는 국민주권이다. 삼권분립으로부터 법치를 걷어차 버려 권력 분립을 형해화(形骸化)한 게 장 자크 루소 전통의 국민주권이 아니던가! 이로부터 백지위임을 받은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청와대의 권력에는 제한이 없다. 예를 들면 경제 정책은 청와대에서 작성하고 총리와 각부 장관은 집행자에 불과한 것처럼 보인다. 의회의 다수를 장악한 최고 통치자의 지시에 따라 법도 정해진다.

국가의 역할을 무한히 확장하는 것도 문재인 정권의 민주사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부동산 감독기구, 이익공유제 등 반(反)법치의 사회주의 정책도 그래서 언제나 환영받는 실정이다. ‘우리’와 ‘그들’로 편 가르기 하는 것도, 진영 논리에 따른 차별 정책을 쏟아내는 것도 제한 없는 민주가 그 실질을 갉아먹고 빈 껍데기만 남겨놓은 삼권분립 탓이다. 법치정신을 기반으로 하는 삼권분립을 확립하는 게 한국 사회의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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