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韓·中 정상회담, 국격손상 무릅쓰고 매달릴 일 아니다

입력 2020-08-20 17:59   수정 2020-08-21 00:18

미국과 중국의 대립·갈등이 장기화·첨예화하는 가운데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위원이 오늘 방한한다. ‘핵개발’에 몰두하는 북한의 블랙홀 같은 예측불허 행태가 지속되는 와중에 양 위원은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만나게 된다.

지금 한·중 사이에는 공통 관심사가 많고 서로 협의할 현안도 적지 않다. 미·중 간 대립이 좀체 끝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코로나 발생원인 논란’, ‘홍콩 사태’ 등으로 중국의 국제적 고립이 현저해지고 있지만, 한·중 사이에도 양국의 이해가 다각도로 걸린 외교협력 의제가 중첩돼 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사드보복’ 해결과 ‘북핵 공조’에서부터 연내 한국에서 개최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의’ 같은 아젠다가 대표적이다.

가장 큰 관심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과 한·중 정상회담 개최 여부다. 지난해부터 우리 정부는 “시 주석의 방한 계획이 있다”며 들뜬 분위기에서 “2020년 상반기 중”이라고 시기까지 말해왔다. “시진핑 방한에 한국 정부가 과도할 정도로 매달리는 이유가 뭔가”라는 외교전문가들 문제 제기도 한두 차례가 아니었다. 엄격한 상호주의에 입각해야 할 외교가 균형점을 잃은 채 중국 쪽으로 쏠리는 현상에 대한 지적이면서, 패권적 행태도 불사하는 중국의 거친 외교에 휘말릴 것을 우려하는 경고였다. ‘시진핑 방한’에 매달릴수록 한국이 양보해야 할 사안이나 중국의 요구가 많아질 것이라는 점은 상식이다.

양 위원의 방한 장소도 서울이 아니라 부산이다. 벌써 중국 측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시작하는 굴욕적 ‘조공 외교’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익을 침해받고 국격을 손상해가면서까지 매달릴 만큼 ‘시진핑 방한’이 긴요하고 절실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미 동맹을 큰 축으로 삼아온 외교의 틀을 무리하게 깨고 친중노선으로 치닫는다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북핵’은 손도 못 댄 채, 대북제재 통로인 ‘한·미워킹그룹’의 틀을 흔드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주한 유엔군사령부를 폄훼하고 나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그런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국제정세가 엄혹한 시기에 외교의 큰 방향을 급선회하는 것은 국민이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선택이 어려운 상황일수록 원칙에 입각해 헌법에 명시된 인류 보편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국익을 위한 외교의 기본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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