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공장·우체국 줄 서는 카페로…죽은 공간 살린 '어니언'

입력 2020-08-20 17:24   수정 2020-08-21 02:39

건물은 인생을 닮았다. 태어나 성장하고 정점을 맞이한 뒤 서서히 늙어간다. 수십 년간 쓰인 뒤 버려지거나 죽어가는 공간들을 되살리는 카페가 있다. 낡은 창고로 쓰이던 금속 공장, 발길이 끊어진 우체국, 100년 전 지어져 낡디낡은 한옥에도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다. 카페 어니언의 이야기다.

카페 어니언은 2017년 성수점을 시작으로 미아점(2018년), 안국점(2019년)까지 손 대는 공간마다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썰렁하던 거리, 한적한 동네도 어니언을 만나면 달라진다. 문 닫던 인근 상점들은 활기를 되찾고, 새로운 카페와 베이커리가 어니언을 중심으로 삼삼오오 모여든다. 유주형 어니언 대표(34)는 “버려진 것들을 살리는 것에 대한 열망이 있다”며 “우리의 두손으로 무언가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어니언은 해외 관광객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꼭 가봐야 할 카페 1순위’로 꼽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세 개 매장의 외국인 손님 비중은 50%가 넘었다.

성수동 1호점은 유 대표가 운영하던 온라인 쇼핑몰 피피비스튜디오스 옆에 있던 폐공장이었다. 곧 철거될 건물이어서 쓰레기와 각종 고철이 잔뜩 쌓여 있었다. 1970년대 슈퍼마켓, 식당, 정비소를 거쳐 금속공장이 마지막 타이틀이었다. 유 대표와 건축디자인 듀오 ‘패브리커’는 건물의 기존 틀을 살려 카페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이후 유명 브랜드와 블루보틀 등 카페가 너도나도 성수동으로 몰려왔다.

2호점은 미아동이다. 서울 변두리지만 20대와 30대 젊은이들이 밀집해 살고 있는 동네. 이곳에선 퇴물이 되어버린 우체국이 눈에 들어왔다. 어니언은 강북우체국에 제안해 절반의 공간을 카페로 만들었다. 어니언 미아점에선 전국의 유명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리의 원두를 2500원에 맛볼 수 있다.

어니언을 가장 대중적으로 알린 건 지난해 문 연 3호점 안국점이다. 북촌 변두리 오래된 전통 한옥을 개조했다. 조선시대 포도청에서 요정, 한정식집 등으로 변신해온 곳이다. 뼈대만 남기고 헐어낸 뒤 유리관으로 덮고 다듬었다. 이곳의 상징적인 아이템은 고무신. 카페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전시용 고무신도 있다. 나이키와도 협업하고 있는 김정윤 작가와 함께 고무신을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유 대표는 “다음 매장은 더 깜짝 놀랄 만한 곳에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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