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품대금 못받으면 보상…매출채권보험 가입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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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8-20 17:29   수정 2020-09-29 16:56

물품대금 못받으면 보상…매출채권보험 가입 '최대'

중소기업이 외상값을 떼였을 때 보상해주는 매출채권보험 가입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으로 경기가 위축되면서 기업들 사이에 연쇄 도산 공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신용보증기금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매출채권보험 인수총액(보험금 지급 대상이 되는 매출)은 13조4200억원으로 신보가 1997년 상품을 출시한 이후 23년 만에 가장 많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12조2900억원)보다는 10% 가까이 늘었다. 가입 기업도 9630곳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월평균 1000개 이상의 기업이 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셈이다.

신보 관계자는 “보험 가입 속도가 예년에 비해 훨씬 빠르다”고 말했다. 매출 3000억원 미만 중소기업이 가입할 수 있는 매출채권보험은 거래처에 외상으로 판매한 물건의 대금을 받지 못했을 때 최대 80%까지 보상해주는 상품이다.

매출채권보험 인수총액은 코로나19 위기가 고조되던 지난 2월 전년 동기 대비 42.6% 급증한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안정적으로 관리되던 지난달에도 33.6% 늘었다. 경기 회복 기대가 꺾이면서 보험 가입 행렬에 동참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매출채권보험 가입 현황은 바닥경기의 바로미터”라며 “코로나19로 인한 중소기업의 위기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돈 떼이면 도산"…절박한 中企, 안전판 매달려
수도권에서 산업용 전선을 만들어 파는 A업체 대표는 보름 전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9억원을 받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외상으로 12억원어치의 전선케이블을 납품했다가 거래처 부도로 외상값을 완전히 떼일 판이었기 때문이다. A업체는 다행히 신보의 매출채권보험에 가입한 덕분에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A업체의 한 해 순이익은 5억원 안팎. 이 정도 규모의 외상값을 한 곳에서만 못 받아도 곧바로 적자가 난다. 이 회사 대표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지금 당장 어떤 기업이 쓰러져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라며 “우리 같은 중소기업은 체력이 약해서 한 회사가 망하면 줄줄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기업들 ‘외상값 지키기’ 사활
중소기업들의 연쇄 도산 우려는 외상값을 떼이면 보험금을 지급하는 매출채권보험 가입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20일 신보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매출채권보험의 보장 대상(인수총액)은 13조원을 넘어섰다. 가입 회사도 1만 개를 코앞에 두고 있다.

매출채권보험 가입 회사는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5월 가입 회사는 1388개로 전년 동기보다 2.7%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6월과 7월에는 각각 18.3%와 32.3% 급증했다. 코로나19 충격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들이 ‘외상값 지키기’에 나선 결과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경기 불황의 전조라는 해석도 나온다. 신보 관계자는 “올해 매출채권보험 판매 한도를 20조2000억원 정도로 잡았는데 이런 속도라면 가입 규모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험료 수천만원씩 내고 가입
연매출 3000억원 미만 기업이 가입할 수 있는 매출채권보험은 1년마다 보험료를 내야 한다. 보험에 들면 거래처가 부도를 내거나 폐업, 파산 등으로 지급불능 사유가 발생했을 때뿐만 아니라 2개월 이상 외상값을 받지 못했을 때도 신보로부터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매출의 80%까지 보장해준다. 보험료는 매출의 평균 0.27% 수준이다. 예를 들어 매출이 100억원인 회사는 80억원까지 보장 대상이며 평균 보험료는 1728만원이다. 한 푼이 아쉬운 판에 보험료까지 내는 게 아깝긴 하지만 지금은 보험료를 걱정할 때가 아니라는 게 중소기업들의 하소연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중소기업의 대출 원리금 상환을 반년씩 미뤄줬고 한 번 더 해준다고 하니 당장은 괜찮을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코로나19의 상처는 결국 드러날 것”이라며 “수천만원 아끼려다가 회사를 접을 수도 있다는 공포가 만연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매출채권보험이 중소기업 연쇄 부도를 막을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올초 보험료 10% 인하 등의 대책을 내놨고, 최근에는 울산시 등이 세금을 투입해 지역 기업들의 보험료 일부를 부담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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