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일렉스, 삼성 기술과외로 세계시장 30% 석권

입력 2020-08-20 17:32   수정 2020-08-21 02:3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조류 부화기 시장이 ‘특수’를 누리고 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뿐 아니라 앵무새 카나리아 잉꼬 등 애완용 조류 키우기도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조류 부화기를 생산하는 오토일렉스는 삼성전자의 기술 지원으로 세계 소형 조류 부화기 시장의 약 30%를 석권하고 있는 업체다. 파충류·곤충 부화기에 개·고양이용 인큐베이터 등 사업 다각화에 힘입어 올해 매출은 작년보다 30%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생명 신비’에 매료…車부품사에서 변신
오토일렉스의 소형 부화기는 농촌지역에서 수요가 높은 닭, 오리, 꿩, 메추라기 등과 도심지에서 수요가 높은 앵무새, 카나리아, 잉꼬 등을 비롯해 사냥용 매(팰콘), 독수리, 따오기 등 20여 종의 조류 부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자동으로 조류별로 어미 새가 품는 온도와 습도, 전란(轉卵·알 굴리기) 각도와 빈도를 가장 비슷하게 재현해준다. 배종윤 오토일렉스 사장은 “조류별 최적의 부화 조건이 제품 하나에 모두 프로그램화돼 있다”며 “아직까지 이런 기능을 가진 제품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소개했다.

경남 김해에 있는 오토일렉스는 원래 자동차 부품회사였다. 1997년 외환위기로 경영난에 처하면서 사업 철수까지 검토하게 됐다. 배 사장은 우연히 철새가 알에서 부화하는 모습을 본 뒤 생명의 신비에 매료돼 업종을 과감히 바꿔 인공 부화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2004년 소형 조류부화기 ‘알콤’ 개발에 성공했고, 2005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신기술대전에서 동상을 받았다. 2007년엔 미국 교사협회가 주관한 올해의 교육기자재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기술력과 품질을 인정받았다.

배 사장은 그러나 제품별 온도·습도 조절 능력의 편차를 직원들이 수작업으로 일일이 교정하느라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문제에 부딪혔다. 부화기는 내부 공기의 대류 현상, 외부 공기의 온도, 제품 케이스의 단열 능력 등에 민감한 제품이다. 0.5도 오차만 발생해도 부화 성공률은 크게 떨어진다.
스마트공장 지원 통해 난제 해결
배 사장은 작년 7월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을 신청하며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 삼성전자에 ‘SOS’를 쳤다. 삼성전자는 휴대폰 무선사업부 기술을 활용했다. 소형 부화기 제품과 회사의 자체 중앙 서버를 무선 와이파이로 연결해 제품 간 온도 조절 능력의 오차를 자동으로 교정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아울러 에버랜드 동물원 사육사들이 직접 제품을 사용하며 부족한 부분을 개선해 나갔다.

삼성전자는 금형 기술을 활용해 부화기 케이스가 온도 변화에도 수축이 생기지 않도록 재질과 두께에 대한 최적의 설계를 지원했다. 또 부품별로 이력 및 추적 관리가 가능토록 해 원가 절감과 발 빠른 고객 애프터서비스(AS) 대응도 가능해졌다. 600대였던 오토일렉스의 하루 부화기 생산량은 900대 수준으로 늘어났고, 사출품 불량률은 38%에서 1% 미만으로 떨어졌다.

배 사장은 “중소기업에서 30년을 연구해도 해결할 수 없는 난제가 해결됐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삼성전자의 ‘멘토’ 기술자들은 변화를 강요하기보다 스스로 빗자루로 쓸고, 물건을 정리하는 등 솔선수범을 보였다”며 “회사 직원들이 그런 모습을 보고 스스로 변화하자’며 자발적 혁신이 일어났다”고 했다.

세계 부화기 시장은 연간 4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오토일렉스의 경쟁 상대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미국, 독일, 영국, 이탈리아 회사들이다. 오토일렉스는 매출의 80%를 54개국에 수출해 올렸다. 세계 시장점유율도 30%로 선두권이다. 배 사장은 “1인 가구 및 귀농·귀촌 인구 증가, 체험 학습용 수요 증가 등으로 올해 매출이 작년보다 30% 정도 증가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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