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망할수록 내 주식은 오른다?…나스닥 또 사상 최고점

입력 2020-08-23 07:00   수정 2020-11-07 00:01

실물경제는 주저앉고 있는데 주가는 올랐습니다. 미국 나스닥(NASDAQ) 시장 이야기입니다. 지난 20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미국 내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가 다시 100만건을 돌파했지만 나스닥 지수는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보통 실업자가 폭증하면 주가는 내리는게 일반적입니다. 실적 악화로 인해 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는 명백한 지표니까요. 그러나 시장은 오히려 실업자가 증가하는 상황을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경기 침체=부양책 확대=주가 상승?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주가는 철저하게 유동성 공급에 대한 기대감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실물경기를 기반으로 주가가 등락하던 시절은 과거가 됐습니다.

올해 초 코로나19가 폭증하면서 상당수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그러자 각국 정부는 실업수당이나 기본소득, 보조금 형태로 이들에게 돈을 지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로 인해 시장에는 막대한 유동성이 공급됐습니다. 그런데 이 유동성이 너무 크다 보니 폭락한 주가를 단순히 회복시키는 수준을 넘어 사상 최고점으로 밀어 올리기 시작한 겁니다.

심지어 너무 장이 좋다보니 '꿈 대비 주가비율(PDR·Price to Dream Ratio)'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습니다. 최악의 실적에도 급등하는 주가를 설명할 방법이 없으니 해당 기업에 대한 기대(Dream)를 토대로 해석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에 어지간한 베테랑 투자자들도 실물경제와 관련된 지표는 쳐다보지도 않는 분위기가 형성됐습니다. 어차피 주가가 실물경기지표를 전혀 반영하지 않으니까요. 코로나19 재확산은 더이상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이벤트가 된 지 오래입니다.

오히려 코로나19의 재확산이나 실업자 폭증을 호재로 인식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실업자가 폭증한다면 정부는 부양책을 확대할 수밖에 없고, 그러려면 또다시 돈을 찍어내야 하니 시장에 더 많은 유동성이 공급돼 주가를 부양시킨다는 논리입니다.
실업자 증가가 경기부양책 ‘확신’ 심어줬나
투자자들은 실물 경기 지표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반면, 유동성 관련 뉴스에 대해서는 극도로 민감해졌습니다.

나스닥이 신고가를 찍기 전날인 지난 19일, 미 중앙은행(Fed, 연방준비제도)의 7월 통화정책회의(FOMC) 의사록이 공개되자 뉴욕증시가 하락한 것이 그 예시입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대해 심각한 경고를 했거나 지금의 정책 기조를 철회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언젠가 '적절한 시점'에 부양책을 쓰겠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시장은 이를 '연준이 부양책에 대해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인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국내 증시는 이 같은 소식에 코스피는 3%, 코스닥은 4% 넘게 급락하며 투심이 급격히 위축됐습니다. 그만큼 투자자들이 유동성의 향방에 굉장히 민감한 상황인 겁니다.

하지만 다음날 시장은 곧바로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미국의 주간 신규 실업수당청구 신청자가 전 주 대비 13만5000명이 늘어난 110만6000명을 기록했다는 소식이 나오며 추가 부양책 기대감이 다시 커졌기 때문입니다.

이날 나스닥 지수는 계속해서 상승하더니 결국 전 고점을 또 넘겨 1만1264.95포인트로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늘어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미 연준이 경기 부양책에 대해 소극적으로 나올 수 없을 것'이란 확신을 심어준 셈입니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19가 재창궐 하고 실물경제가 무너져 내리고 있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 중국, 유럽 등 상당수 국가들의 주가지수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경제 망했지만 주가 폭등했던 '베네수엘라'
코로나19로 인해 지금 같은 형태의 이례적인 시장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사실 이미 비슷한 선례를 남긴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베네수엘라입니다.

베네수엘라는 전 세계 석유 매장량 1위 국가로 알려진 석유 부국이었지만 2010년대 초 발생한 국제 유가 하락 사태 이후 몰락했습니다. 석유 매장량만 믿고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식 복지 정책을 펼치며 재정 지출을 마구 늘렸는데, 유가가 하락하면서 정부 수입이 급격히 줄어든 탓입니다.

당시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화폐를 신규 발행해서 메꾸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돈을 써야 하는 상황이 올 때마다 새 화폐를 찍어 지불한겁니다. 그 결과 화폐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하이퍼인플레이션(물가 폭등)이 일어났고, 베네수엘라 경제는 완전히 무너져 세계 최빈국으로 전락했습니다.

그런데 세계 최빈국으로 전락하는 동안 베네수엘라 주식시장은 어떻게 됐을까요. 수많은 상장기업들이 망했으니 완전히 무너졌을까요. 놀랍게도 매년마다 몇 배씩 폭등했습니다. 기업들의 실적은 망해갔지만, 새 화폐가 계속해서 풀리며 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이 공급됐기 때문이지요.


베네수엘라의 중산층들은 자신들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돈이 생기는대로 주식시장에 집어넣었고, 이는 주식시장의 폭등을 불렀습니다. 애초에 주가가 베네수엘라의 화폐 단위인 볼리바르로 표기되니 화폐 가치가 하락하면 당연히 주가는 상승할 수 밖에 없었죠.

물론 기축통화인 달러만 놓고 본다면 베네수엘라의 사례와 단순 비교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 증시가 상승하는 이유는 베네수엘라 주가가 폭등했던 원인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각국의 중앙은행들도 이같은 선례를 알기에 아무리 비상 시국이라고 해도 무한정 돈을 풀기는 어려울 겁니다. 코로나19가 끝날 때 까지만 부양책으로 버티다가 나중에 금리를 올리며 유동성을 회수하면 된다는 계획이겠죠.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생각보다 장기화되자 중앙은행들은 딜레마에 빠지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돈을 찍어서 경기를 부양하게 된다면 조만간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직면할 것이고, 그렇다고 해서 당장 부양책을 중단하자니 실물 경기 침체가 너무 심각한 상황이죠. 과연 중앙은행 수장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불개미 여러분들은 앞으로의 통화정책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워가며 투자를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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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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