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파산신청 사상 최대…'기업할 의지'마저 꺾이고 있다

입력 2020-08-21 17:22   수정 2020-08-22 00:04

전국 법원에 접수된 파산신청이 올 들어 급증했다. 법인(625건)은 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3년 이래 가장 많았고, 개인 신청자(2만9008건)도 2017년 이후 최대 규모다. 가뜩이나 장기불황에 접어든 국면에서 ‘코로나 쇼크’가 겹치면서 우리 경제의 취약지대가 어떤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파산신청 집계가 아니더라도 한계기업이나 위기의 중소 사업자들의 딱한 처지는 새삼스런 현실도 아니다. 3만 개에 달하는 전국 노래방과 2만여 개 PC방 가운데 절반가량이 몰려 있는 수도권에서 50% 이상이 매물로 나왔다는 보도(한경 8월 21일자 A2면)는 한 단면일 뿐이다. 금융위원회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만기 재연장’ 논의를 은행권과 시작한 것도 영세사업자들이 처한 이런 딱한 현실에서는 불가피한 일이다.

문제는 파산신청자 중 상당수가 회생절차를 건너뛴 채 바로 사업정리를 한다는 사실이다. 정확한 분류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살려내기보다는 그냥 사업을 접겠다’는 도산·폐업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결코 좋은 조짐이 아니다. 불황의 충격이 그만큼 컸고, 미래의 회생 가능성을 낮게 본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직원들이나 거래업체 등을 생각해도 어떻게든 버텨보고, 끌어댈 수 있는 데까지 온갖 자금을 동원해 재기를 도모하는 게 사업자들 기본자세다. 그런데도 ‘다 정리하겠다’는 식의 파산신청이 늘어나는 저변에는 여러 문제가 깔려 있다.

무엇보다 먼저 돌아볼 것은 우리 사회에 사업하기에 적절한 환경과 여건이 조성돼 있느냐 하는 점이다.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과 성급히 도입된 주 52시간 근무제를 비롯해 점점 기울어지는 고용·노동제도, 노사관계에서부터 과도한 안전·환경기준까지 강화된 규제로 사업자들은 제대로 숨도 쉬기 힘든 지경이 됐다. 이런 ‘규제입법 리스크’에 ‘갑질 행정 적폐’가 사업자들을 “목숨 걸고 그 험한 일 다시 시작하느니, 하더라도 외국에 나가서나 재기해보겠다”는 심정으로 내모는 것은 아닌가.

파산신청자가 늘어난 데에 코로나 탓이 크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반기업 정서는 한껏 팽배해 있고, 열심히 일하는 경영자조차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상황에 내몰리는 판에 누가 사업에 나서려 하겠는가. 한 번 실패한 사업자라면 더할 것이다. 이러다 ‘기업가 정신’까지 사그라질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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