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공원은 자전거 사고 '다발지역'

입력 2020-08-21 17:23   수정 2020-09-29 17:14

서울 한강공원이 ‘자라니’(자전거+고라니)들의 출몰에 몸살을 앓고 있다. 자라니는 시속 20~30㎞가 넘는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자전거 운전자를 고라니에 빗대어 표현하는 말이다. 한강공원 자전거 도로는 제한 속도가 없고, 별다른 단속도 이뤄지지 않아 자전거 교통사고 사각지대가 됐다는 지적이다.
속도 제한 없는 자전거 도로
지난 20일 오후 6시 여의도 한강공원. ‘쌩쌩’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빠른 속도로 달리는 로드바이크가 자전거 도로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로드바이크는 평지를 빠른 속도로 달리기 위해 제작된 자전거로 성능에 따라 최고 속도가 시속 40㎞를 넘어서기도 한다. 이들은 앞에 있는 자전거를 제치고 달리기 위해 중앙선을 넘나들며 곡예 주행을 펼쳤다.

일부 자전거 운전자의 위험천만한 과속 주행으로 한강공원에서 자전거 관련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접수된 자전거 관련 사고는 54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한 해 동안 접수된 사고가 65건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올 들어 사고가 급증했다. 이는 안내센터에 접수된 사고만 집계한 수치로 실제 사고 건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게 한강사업본부의 설명이다.

이들의 과속 주행을 막을 방법은 딱히 없는 상황이다. 자전거 전용도로는 시속 30㎞,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는 시속 20㎞ 이하로 다녀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권고 사항일 뿐이다.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자원봉사단과 함께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자전거 운전자에게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면서도 “현실적으로 인력이 부족하고 강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운전자를 설득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여름철 ‘음주 라이딩’도 문제
‘자라니족’뿐만 아니라 ‘떼빙족’도 한강공원 자전거 도로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떼빙족은 ‘떼지어 드라이빙(달리는)’하는 이들을 일컫는 말로, 10~20명이 줄지어 달리며 사실상 자전거 도로를 점령하고 있다. 이들은 단체 추월을 위해 줄지어 중앙선을 침범하거나, 천천히 달리는 다른 운전자를 큰 소리로 위협하기도 한다.

한강공원에서 자전거를 즐겨 타는 이들은 자전거가 익숙지 않은 ‘따릉이족’을 경계 대상으로 꼽는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퇴근 후면 자전거를 타고 한강공원에 간다는 김모씨(44)는 “친구들끼리 따릉이를 빌려 타고 나온 이들은 병렬 주행을 하며 자전거 도로를 가로막거나, 도로 중간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기념사진을 찍기도 한다”며 “근처에 따릉이가 있으면 서둘러 피해가는 편”이라고 했다.

여름철 ‘음주 라이딩’도 문제다. 한강공원에서는 자전거를 옆에 세워놓고 편의점에서 산 맥주를 마시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음주 운전 시 범칙금이 부과되지만 한강공원에서 자전거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음주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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