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살리기보다 접겠다"…파산 신청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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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8-21 17:38   수정 2020-09-29 17:04

"회사 살리기보다 접겠다"…파산 신청 '최대'


올 들어 법원에 파산을 신청한 기업 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파산을 신청한 개인도 매년 1~7월 기준으로 2017년 이후 가장 많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한계상황에 내몰린 기업과 개인이 모두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대법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서울회생법원을 비롯한 전국 14개 법원의 법인파산 접수 건수는 625건으로 집계됐다. 매년 1~7월 기준, 법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3년 이후 가장 많다. 지난해 같은 기간(566건)과 비교하면 10.4%, 2018년 동기(461건)와 비교해선 35.5% 증가했다. 개인파산 신청은 2만9007건으로, 2017년 이후 가장 많았다.

법조계에서는 6~7월에 이례적으로 법인파산 신청 건수가 늘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7월 한 달에만 103개 기업이 파산을 신청했는데 이는 올해 최고 수준이다. 파산부 부장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여름은 법원 휴정기와 휴가 등이 겹치고 기업 결산 시기와도 거리가 있어 통상 파산 접수 건수가 많지 않다”며 “그런데도 눈에 띄게 법인파산 신청이 늘어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때문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에 '백기' 든 中企…"빚 줄여줘도 회생 힘들어 파산 신청"
중국과 대만, 싱가포르 등지에서 온 관광객들에게 인삼 등 건강기능식품을 전문적으로 파는 K사는 최근 서울회생법원에 ‘법인파산’을 신청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외 여행객이 현저히 줄면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빚이 늘어나서다. 회사 측은 “2017년 회사를 설립해 나름대로 수익을 내며 착실히 성장해 왔는데, 현재 거래처인 여행사들이 모두 영업을 중단한 상태”라며 “더 이상 은행에서도 운영자금을 빌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여름철 이례적 파산 신청 급증
K사처럼 코로나19로 영업에 직격탄을 맞고 파산을 신청하는 중소기업과 영세업체가 늘고 있다. 올 들어 7월까지 전국 14개 법원이 접수한 법인파산 신청 합계는 총 625건으로 매년 1~7월 기준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다. 6~7월만 놓고 봐도 역대 최대치다. 7월 전국 법인파산 신청 건수는 103건으로 작년 7월(81건) 대비 27.1%, 2018년 7월(68건)과 비교하면 51.5% 급증했다.

법인파산 신청은 보통 기업 감사보고서가 나온 후인 5월이나 추석 이후인 10~11월에 많이 한다. 지난달 접수된 법인파산 건수는 올해 5월(96건)과 작년 10월(78건)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

기업은 통상적으로 채무(빚)를 조정해 일단 회사를 살리는 회생절차(법정관리)를 먼저 고려한다. 그래도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파산절차에 들어간다. 그러나 최근엔 처음부터 ‘파산’을 염두에 두고 변호사 사무실을 찾는 기업인이 많다는 게 법조계의 전언이다. 올 들어 법인파산 신청이 법인회생 신청을 크게 웃돈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기업도산 분야 전문가인 최복기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회생절차를 진행하려면 ‘계속기업가치’, 즉 ‘기업의 존속가치’가 있어야 한다”며 “회사의 미래 전망 자체가 보이지 않을 때 파산신청을 진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마디로 법인파산은 기업이 버틸 때까지 버티다가 도저히 못하겠다 싶을 때 하는 것”이라며 “덩치도 있고 고용한 직원이 있는 법인이 파산을 선택한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한국보다는 해외로 나가기 위해 법인파산을 신청하는 사례도 있다. 서울회생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최근 법인파산, 법인회생 신청은 대부분 코로나19와 관련돼 있다”면서도 “하지만 한국에서 다시 회사를 살려내느니 아예 접고 외국에서 (기업을) 하겠다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수원지법에 파산 신청 증가
올해 법인파산 신청의 또 다른 특징은 유독 수원지방법원에 많이 몰렸다는 것이다. 7월의 경우 전국 법인파산 신청 건수 103건 중 20건이 수원지법에서 이뤄졌다. 서울회생법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6월에도 전체 법인파산 신청의 20%가량이 수원지법에 몰렸다.

법조계에선 지난해 수원고등법원이 문을 열면서 경기도 내 도산 사건 관할이 서울에서 수원으로 넘어간 점을 이유로 꼽는다. 파산 및 회생 사건들은 회사 사무소 또는 영업소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고등법원 산하 회생법원에 신청하게 돼 있다. 국내 도산법 전문가 중 1세대로 꼽히는 이완식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회사는 어떻게든 버티는데 아무래도 서울보다 경기도 쪽에 사정이 어려운 회사가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또 경기도에 제조업체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도 파산신청이 증가한 이유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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