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의 핵심부품인 배터리는 2차전지 셀로 이뤄진다. 순수전기차(EV)에는 2차전지 셀 200개가 들어간다. 셀 제조단계의 후공정인 활성공정은 제품을 완성하기 전 최종적으로 셀을 마감하고 성능을 점검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기계장비 업체 클레버는 활성공정 가운데 폴딩설비에 신기술을 도입, 셀 불량률을 종전의 10분의 1로 줄이며 2차전지 업체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클레버의 폴딩설비는 롤러방식으로 경쟁사 설비의 3개 공정을 하나로 단축시킨 제품이다. 설비가 단순해지면서 설비 사이즈는 3분의 1로 줄었고, 테이핑을 하지 않아도 돼 원재료도 절감됐으며, 수율은 높아졌다. 이같은 성능을 인정받아 2016년 SK이노베이션의 초도 양산설비에 롤러방식의 폴딩설비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후 SK이노베이션 공장의 기존 폴딩장비를 모두 대체하며 성장하기 시작했다. 폴딩설비는 최근 다른 2차전지 제조사에서도 공급을 요청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클레버는 폴딩설비에서 시작해 제품영역을 확장해왔다. 셀의 모양·절연 상태 등 품질검사부터 파레트에 셀을 쌓을 때 사용하는 셀 포장장비, 포장된 셀을 박스에 넣는 박스포장장비 등을 공급하고 있다. 장비 업그레이드 작업을 함께 진행하며 효율성을 끌어올린 결과 셀 활성공정의 대부분의 단계에 필요한 장비들을 생산해 공급하고 있다.
정 대표는 "전기차 배터리시장이 폭발하는 시점에 생산효율성을 높인 설비를 공급한 게 주효했다"며 "작년에 수주한 4000만달러 규모 수출 물량 등을 고려하면 올 한해 매출 650억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클레버는 향후 먹거리를 위해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폴딩장비는 현재 4세대까지 업그레이드 했으며 연구개발에 매출의 5%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는 영역을 확장해 반도체 식각장비를 만들기 시작했다. 웨이퍼 300㎜가 대세인 상황에서 틈새시장인 200㎜용 식각장비에 집중할 계획이다. 최근엔 반도체나 제약사 공장 건설에 필요한 공조, 가스, 화학, 물 등과 관련된 설비를 종합적으로 공급하는 자회사를 설립하며 유틸리티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스마트공장에 필요한 설비 개발도 검토하고 있다.
정 대표는 "회사 벽면에 '반드시 겨울은 온다'는 문구를 적어놨다"며 "5년여 전 4평 작은 임대 사무실에서 시작해 빠르게 성장했지만 이 호황이 끝난 뒤 먹거리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내년 6월을 목표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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