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선물 사전예약의 경제학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입력 2020-08-25 09:31   수정 2020-08-25 10:13

유통업체들의 추석 대전(對戰)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막힌 매출 활로를 뚫기 위한 유일한 기회라서다. 온·오프라인 업체를 막론하고 본격적인 추석 선물 사전예약 경쟁에 돌입했다.

유통업체들의 선물 사전 예약은 매년 앞당겨지고 있다. 신세계·이마트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인 SSG닷컴은 이달 13일부터 받기 시작했다. 롯데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대략 21일 무렵부터 추석 선물 사전예약을 받았다.

롯데쇼핑의 통합 쇼핑몰인 롯데온도 오는 26일부터 다음 달 13일까지 사전 예약 판매를 진행한다고 25일 밝혔다. 롯데온은 올해 선보인 롯데쇼핑의 야심작이라 소비자들에 대한 혜택도 많다. 사전 예약 기간 중 행사 상품 10만원, 30만원이상 구매 고객에게는 각 1만원, 3만원 상당의 엘포인트를 적립해준다. 명절 사연 응모 이벤트를 통해 총 15명에게 롯데상품권 및 한우세트를 증정한다.

유통업체들이 사전 예약에 주력하는 첫번째 이유는 소비 심리 자극이다. 미리 추석 선물 예약을 받는다고 마케팅을 지속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일종의 각인 효과를 주겠다는 셈법이다. 올해는 더 특수한 상황이다. 코로나19로 대면 접촉이 어려운 데다 최근 확산세로 추석 귀향길마저 불투명하다. 유통업체들은 귀향 대신 선물 배송으로 대체하려는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고 사전 예약 마케팅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백화점들이 일제히 선물 사전예약에 나서는 건 요즘 유통가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백화점은 올 설날에 사전 예약을 받지 않았다. 법인 고객이 많은 대형마트와 달리 주로 고가의 선물을 구매하는 개인 고객 위주인 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작년 말 할인 행사를 하지 말도록 지침을 내린 게 원인이었다. 공정위는 관행처럼 진행되던 백화점 할인 행사를 백화점이 입점업체에 강요하는 불공정 행위로 판단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백화점들은 올 추석에 사전 예약을 재개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지침을 지키면서 소비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사전 예약이 많아지면 선물 제조·생산 업체를 비롯해 유통업체들도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 미리 들어오는 주문은 생산량에 관한 예측치나 마찬가지다. 추석 즈음에 생산 물량이 한꺼번에 밀려 제조 단가가 올라가는 일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요즘처럼 코로나19로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선 일종의 선결제로 제조·생산업체들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 유통업체들은 미리 현금을 융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전 예약을 선호한다. 매년 명절 사전 예약 규모가 늘고 있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전체 추석 선물 매출에서 사전 예약으로 소화하는 비중은 약 30~40%에 달한다.

추석 대전을 통해 온라인 쇼핑몰과 기존 오프라인 업체들 간의 경쟁도 한껏 달아오를 전망이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의 제품을 온라인으로 구현한 롯데온은 온라인 주문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다중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구매한 상품 수량만큼 여러 명에게 선물 발송이 가능한 서비스로 결제 전 주문 단계에서 최대 100개까지 받는 사람의 주소 입력이 가능하다.

온라인에서 대량 구매하는 고객들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대량 주문 전용 서비스’도 내놨다. 100만 원 이상 구매를 원하는 고객은 홈페이지에서 주문서 양식을 다운 받아 이메일로 보내면 해당 MD(상품기획자)에게 전달된다. 해당 MD는 가격을 책정해 고객에게 회신하고, 고객은 생성된 개인 결제창에서 결제를 하면 대량 구매 절차가 끝난다. 사전 예약 수요가 주로 법인 고객이라는 점을 감안한 서비스다.

쿠팡, 옥션, G마켓, 11번가, 위메프 등 온라인 전용 쇼핑몰들도 각자만의 장점을 내세우며 추석 선물 시장을 잡기 위해 혈안이다. 최대 관심사는 역시 네이버 쇼핑이다. 소비자들은 추석에 어떤 선물이 좋을 지를 알아보기 위해 네이버 검색창에 들어갈 것이고, 네이버는 이를 활용해 추석 선물 시장을 사전에 예측할 가능성이 높다. 머지 않아 명절 선물 시장도 네이버 쇼핑이 장악할 날이 올 지 모른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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