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25일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경기 회복 모멘텀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위기 상황을 설명하면서 L자 침체와 기업의 유동성 위기설까지 인용해 주목을 끌었다.
김 차관은 이날 서울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코로나19 재확산 조짐이 나타나면서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며 "소비와 생산, 투자 등 내수가 회복 조짐을 보이던 상황에서 경기회복 모멘텀이 약화될 수 있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글로벌 금융시장 여건이 녹록지 않다"며 "미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이 하반기 중 성장과 고용의 하방 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세계무역기구(WTO)가 내년도 세계 무역에 대해 'V자형' 강한 반등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며, 'L자형' 궤적이 현실적이라고 밝히는 등 세계 경제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주요국들이 코로나19 재확산 움직임에 맞서 경제 봉쇄 등 조치를 강화할 경우 글로벌 경기 전망이 빠르게 악화하면서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향후 소비심리 위축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감염병 1차 확산으로 기업들의 재무상태가 취약해진 상황에서 2차 확산 시 기업 유동성 위기가 심화될 수 있다'는 프랑스 정부 경제자문기구(CAE) 의장인 필립 마르탱(Philippe Martin) 교수의 발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차관은 "이번 코로나19 관련 중대 고비를 잘 넘긴다면 국내 금융시장의 급격한 악화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지나친 비관론은 경계했다. 그는 "앞으로 국내외 코로나19 상황 전개 양상, 글로벌 경제회복 속도 및 금융시장 추이 등에 따라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지속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사태 장기화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철저히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발 경제충격에 대비하기 위한 대책 중 경기회복을 위한 과제들은 감염병 확산세를 감안해 시행에 완급을 조절하고,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를 보강하며, 사태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한 과제는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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