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스마트항만 등 해양 신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 천혜의 환경을 갖추고 있지만 산업 수준은 주요 선진국에 미치지 못합니다. 부산시가 정부 지원에 힘입어 세계 스마트 해양신산업의 거점이 된다면 한국이 관련 산업을 둘러싼 국제 경쟁을 선도할 수 있을 겁니다.”(조승환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장)
부산시와 한국경제신문사, 한국경제TV 주최로 26일 부산 롯데시그니엘호텔에서 열린 ‘오셔노미 포럼 2020’에서 전문가들은 한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해양산업을 선도하기 위해 부산 해양신산업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부산의 탁월한 입지와 인프라를 이용해 항만 스마트화를 선도하고, 우수한 노동력을 활용해 ‘유니콘 해양 스타트업’을 키워내자는 주장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10대 항만뉴딜 구상’을 이날 포럼에서 처음 공개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에서 항만·물류 분야 혁신 전략을 구체화해 열 가지로 정리한 사업안이다. 가장 눈에 띄는 사업은 부산항의 화물 환적 과정을 자동화하는 ‘환적화물 전용 순환시스템’ 도입이다. 최상희 해양수산개발원 항만연구본부장은 “부산항에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환적 효율성이 다른 경쟁 항만에 비해 50% 이상 증가하고, 지상 운송으로 나오는 미세먼지도 90% 이상 저감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류 거점으로서 부산항의 가치를 높이려면 김해국제공항, 부산 신항 철도역과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허윤수 부산연구원 해양관광연구실장은 “항만과 철도·공항의 연계를 강화해 세계 물류 중심지 중 하나로 떠오른 두바이 ‘제벨 알리’항의 사례를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산시의 이 같은 정책에 높은 점수를 줬다. 조승환 원장은 “한국의 해양 신산업 기술경쟁력은 최고 수준의 국가와 비교해 80%에 불과하고, 기술 격차가 5~6년에 달한다”며 “하지만 우리 바다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해양생물 다양성을 갖추고 있고, 부산을 중심으로 한 해양 관련 산업도 세계적인 수준이어서 충분한 지원만 있다면 조선·물류·바이오 등 해양 신산업을 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험적인 시도를 적극 지원해야 해양 신산업을 선도할 수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박세열 한국IBM 블록체인기술총괄 상무는 “선진국에서는 이미 물류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실시간 화물 운송정보를 전달하고 보안 기능을 강화하는 등 실험에 나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선태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부산시가 블록체인 및 무인선박, 해양 에너지 개발 등 신산업을 지원하고, 관련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적극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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