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자 삼성'이 두려웠나…2나노 공정 서둘러 발표한 TSMC

입력 2020-08-26 16:49   수정 2020-09-25 00:32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계 세계 1위인 대만 TSMC가 ‘2나노미터(㎚·1㎚=10억분의 1m) 시대’를 선언했다. 파운드리업계에서 2나노미터 제품의 양산 계획을 처음으로 밝혔다.

TSMC를 맹추격 중인 삼성전자를 의식해 도전적인 내용을 담은 중장기 로드맵을 내놨다는 분석이다.

현재 7나노 이하 미세공정 기술을 보유한 업체는 삼성전자와 TSMC 둘뿐이다. 두 선두 업체가 보유한 양산 기술 수준은 5나노로 동일하다. 이번 발표를 계기로 삼성전자와 TSMC의 기술주도권 경쟁이 한층 더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매년 1나노씩 공정 미세화
26일 디지타임스와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TSMC는 전날 열린 온라인 기술 심포지엄에서 2나노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을 공개했다.

케빈 장 TSMC 수석부사장은 “2나노 반도체 공장 부지를 확보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며 “2021년부터 대만 신주지역에서 2나노 연구개발(R&D)센터 운영을 시작하고 인근 부지에 생산라인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는 2나노 공장에 2조엔(약 22조원)이 투자될 것이며 양산 시점은 2024년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TSMC가 기존에 밝혔던 기술 로드맵은 3나노급까지다. 양산 예상 시점은 2022년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 2분기 실적발표 직후 연 콘퍼런스콜에서 “4나노 공정 개발과 양산 준비를 차질없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3나노 공정과 관련해서는 준비 중이라는 언급만 있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내년 4나노, 2022년 3나노 공정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매년 1나노씩 생산 공정이 미세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예측이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TSMC와 비슷한 시점에 2나노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 1위 업체로 미세공정에 관한 노하우가 축적돼 있고 R&D에 쏟아붓는 자금도 TSMC에 밀리지 않는다”며 “당분간 TSMC와 엇비슷한 속도로 미세공정 기술을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후끈 달아오른 기술주도권 경쟁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133조원을 투자해 2030년까지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시장 1위에 오르겠다는 비전을 내놨다. 이 목표를 실현하려면 시스템 반도체 시장의 한 축인 파운드리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지금보다 더 끌어올려야 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TSMC의 예상 점유율은 53.9%에 이른다. 17.4%로 2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보다 매출이 세 배가량 많다. 지금까지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스마트폰 등을 생산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라는 점이 점유율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중 상당수가 잠재적인 경쟁자인 삼성에 차세대 반도체의 설계도를 맡기기를 꺼렸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지난 17일 IBM이 차세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인 ‘IBM 파워10 프로세서’를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에서 생산한다고 발표하는 등 우군이 하나둘 늘어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의 기술 수준이 TSMC 못지않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삼성전자와 TSMC에 동시에 제품을 발주하는 사례가 많아졌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잠재적 경쟁자라는 꼬리표는 앞으로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인 만큼 시장을 주도하려면 기술력에서 TSMC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파운드리업계에서 말하는 2나노, 3나노 등은 반도체 회로에서 전류의 흐름을 조절하는 문 역할을 하는 ‘게이트의 간격’을 의미한다. 게이트 폭이 좁을수록 전자의 이동거리가 줄어들고 반도체 회로의 동작 속도도 빨라진다. 반도체 크기가 작아져서 생기는 이점도 많다.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공간에 더 많은 기능을 넣을 수 있고 소비전력도 줄어든다.

주요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에서 최첨단 제품을 제조할 때 미세공정 기술이 가장 앞선 업체를 고르는 배경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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