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출' 또 만기연장…이자 납부도 6개월 늦춰준다

입력 2020-08-27 17:42   수정 2020-08-28 00:39


코로나19 사태로 경영이 어려워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 상환을 미뤄주는 조치가 6개월 연장된다. 중소기업계는 환영했지만 금융권은 우려를 쏟아냈다. 임시방편에 불과한 이 정책이 끝나면 감춰진 부실이 무더기로 드러나 자산건전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 장기화를 반영해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의 원금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를 6개월 연장하기로 했다고 27일 발표했다. 9월 말 끝낼 계획이었지만 내년 3월 말까지 신청을 더 받기로 했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내년 3월 31일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에 대해 최소 6개월 이상 만기 연장과 이자 납부 유예를 신청할 수 있다. 금융위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고 금융권의 부담이 크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정부는 모든 금융회사에 4월 1일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에 대해 6개월 동안 원리금 상환을 유예하도록 했다. 이달 14일까지 만기를 연장해 준 대출은 75조7749억원, 납부가 유예된 이자금액은 1075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이미 한 차례 신청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도 유예기간이 내년 3월 31일 이전에 끝난다면 또 한 번 신청할 수 있다. 예를 들어 5월 돌아온 대출 만기를 오는 11월로 미뤄둔 사업자는 한 번 더 연장을 신청해서 만기를 내년 5월로 늦출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가 2차 대유행 조짐을 보이면서 원금 상환을 최대 1년 늦춰주는 것은 수긍하겠지만 이자까지 못 받게 하는 건 납득이 안 된다”며 “이자를 못 받으면 차주의 부실을 확인할 길이 없어 자산건전성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반발하는 금융사 "이자도 못받으면 부실 대출 어떻게 가려내나…"
또 조건 없이…6개월 대출만기 연장·이자상환 유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흔들리는데 대출 연체율은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지난 6월 말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33%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7년 후 가장 낮았다. 1개월 전이나 1년 전과 비교해 모두 0.09%포인트 하락했다. 중소기업대출 연체율(0.44%)은 한 달 만에 0.15%포인트 급감했다.

금융권에서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빚 상환을 미뤄준 데 따른 ‘착시효과’라고 설명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출 상환 유예로 은행들의 건전성·수익성 지표는 내년 초까진 좋아 보일 것”이라면서도 “그 이후가 문제”라고 털어놨다.
금융권 “건전성 우려 묻혔다”
27일 정부가 발표한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상환 유예 방안에 대해 “금융회사들의 목소리는 완전히 무시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무런 조건 없이 원리금 상환을 최소 6개월 이상 더 미뤄주기로 하면서다.

금융회사들은 감면조치가 끝나는 시점에 부실 대출이 무더기로 드러나며 금융시장에 큰 타격을 줄지 모른다는 걱정까지 내놓는다. 두 차례 연장한 차주(借主)라면 최소 1년 이상 부실 여부를 파악할 수 없는 ‘관리의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어서다.

여신 담당자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크다. 정상기업과 부실기업을 구분해 모니터링하는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건전성을 관리할 때 이자 납입을 유예받을 경우에는 ‘한계기업’으로 분류한다”며 “이런 기업을 정상이라고 하면서 리스크 관리를 하라는 건 앞뒤가 안 맞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최근 금융위원회 제안으로 열린 코로나19 대책 관련 회의에서 몇몇 금융사가 “이자 유예는 더 이상 안 된다”는 뜻을 정부에 전달했다. 이자마저 받을 수 없다면 대출이 얼마나 부실화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7~8월 ‘릴레이 간담회’를 통해 금융지주 회장, 정책금융기관장, 금융협회장 등을 설득하면서 금융권은 결국 당국 방침에 따르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정부 “금융권 부담 크지 않다”
정부는 대출 만기 연장을 신청하는 기업들의 금액과 건수가 매달 줄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권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금융사들의 생각은 다르다. 대형 은행 관계자는 “대출마다 만기가 다르고 미뤄준 대출의 총량이 계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분석은 수긍하기 어렵다”며 “코로나19 2차 유행으로 앞으로 대출 원리금을 유예해달라는 사람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반박했다.

신용카드사와 캐피털업계를 비롯한 2금융권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카드사 관계자는 “은행들은 담보를 갖고 있는 경우도 많지만 카드사는 거의 모든 대출이 신용대출”이라며 “1년간 ‘깜깜이 대출’을 해줬다가 파괴적인 결과를 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은행이 무작정 원리금 상환을 유예해주면 카드사에 돈을 빌릴 때 상환능력이 안 되는데도 정상 차주로 분류돼 추가 대출을 해주게 된다”며 “이런 일이 조금만 생겨도 곧바로 자산건전성이 악화된다”고 말했다.
대출 상환 유예, 어떻게 신청하나
이번 조치에는 은행 보험 저축은행 카드 캐피털 상호금융 등 모든 민간 금융회사와 정책금융기관이 참여한다. 신청일로부터 최소 6개월 이상 만기를 늘리고 이자 납부도 미룰 수 있다. 기업이 원하면 6개월보다 짧게 연장할 수도 있다.

만기 연장과 이자 납부 유예는 코로나19 피해를 본 중소기업·소상공인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원리금 연체, 자본잠식, 폐업 등의 부실이 없어야 한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출은 올해 3월 31일 이전에 빌렸고, 2021년 3월 31일 이전에 상환기한이 도래하는 중소기업·개인사업자대출이다.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이나 부동산매매·임대 등 일부 업종 관련 대출은 제외된다. 상환을 미룬 대출 원리금은 유예기간이 종료된 이후 일시 또는 분할상환할 수 있다.

임현우/김대훈/박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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