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사들이 다시 ‘수주절벽’에 내몰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선주들이 발주를 미루고 있는 탓이다. 최악의 실적을 냈던 2016년에 버금가는 위기다. 하반기 카타르 등에서 액화천연가스(LNG) 발주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구멍난 상반기 실적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란 분석이 나온다.
올해 수주절벽은 코로나19로 선주들이 발주를 미룬 데 따른 것이다. 8월 말 기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는 올해 목표 수주량의 20%밖에 채우지 못했다.
지난 6월 조선 3사가 카타르와 LNG선 23조6000억원 규모(192억달러)의 슬롯약정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에 달아올랐던 분위기도 다시 얼어붙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최악의 수주절벽을 겪었던 2016년과 비슷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올해 수주가뭄 여파는 2~3년 뒤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계약 후 선박 설계, 원자재 구매 등을 거쳐 실제 배 건조에 들어가는 데 통상 2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향후 수년간 조선사 도크가 텅텅 비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클락슨리서치는 올해 초 연간 선박 발주 전망치를 1324척으로 제시했지만 지난 4월 756척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와 함께 올해 LNG선 발주 규모는 50척, 내년에는 60척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2027년까지 예정된 카타르 LNG선 100척 발주는 너무 먼 미래의 얘기라는 설명이다. 조선 3사의 실적 악화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 말 해외 선주사 두 곳과 LNG선 4척 건조계약을 맺었다. 올해 한국 조선업계의 마수걸이 수주였다. 이후 현대중공업그룹은 LNG선 6척을 비롯해 석유화학제품운반(PC)선, 여객선(RO-PAX) 등을 몰아치기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노바텍의 LNG선 발주를 기다리고 있다. 노바텍은 연내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과 쇄빙 LNG선의 건조계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프랑스 에너지기업 토탈이 추진하는 모잠비크 LNG 프로젝트에서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각각 8척 이상의 건조의향서를 받아놓은 상황이다. 연내 수주 소식이 전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국내 조선사들의 LNG선 수주가 잇따를 것으로 기대되지만, 경영난을 겪고 있는 조선업계의 위기감은 여전하다. 올해 상반기 조선업 시황이 워낙 부진했던 탓에 연간 수주 실적이 목표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2016년 수주절벽 수준을 넘어선 불황이 예상된다”며 “내년부터 일감이 떨어져 조선소를 중심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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