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1% 예금' 사라지자…'주식 실탄' 사상 최대로 쌓였다

입력 2020-09-01 13:43   수정 2020-09-01 13:57


이달 말 정기예금 만기일이 돌아오는 직장인 김모씨(48)는 예금을 재연장할지 고민이다. 지난해 연 2.1% 금리를 받았는데 올해는 우대금리를 다 포함해도 연 1.2%밖에 안 돼서다. 김씨는 "오픈뱅킹 가입에 출금계좌 타행 선택 등 우대금리를 다 포함해도 1%를 갓 넘는 수준"이라며 "기본금리는 연 0.2%에 불과해서 이번 기회에 주식 투자를 해볼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시작된 제로금리 시대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0%대 금리 예금상품 비중은 전체 상품의 70%를 넘어섰다.

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우리·국민·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이날 기준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0.9%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연 1.65%)와 비교해 1년새 0.75%포인트 떨어졌다.

1년 만기 기준 상품 중에선 하나은행의 '하나원큐정기예금' 금리가 연 1.2%로 가장 높다. 우리은행의 '우리 WON모아 예금'도 연 1.2%로 같다. 다만 두 상품 모두 기본금리는 각각 연 0.8, 연 0.2% 정도다. 우대금리를 빼면 사실상 0%대 예금 상품인 셈이다.



금융감독원 금융상품 통합 비교 공시 사이트 '금융상품 한눈에'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21개 은행이 취급하는 51개 정기예금 상품 가운데 0%대 금리 상품 비중은 72.5%다. 올 초 0%대 금리 비중은 5% 미만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빠르게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정기예금 0%대 상품이 늘어난 것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떨어져서다. 한은은 지난 3월 0.75%, 5월 0.50%로 기준금리를 낮췄다. 역대 최처지다. 기준금리가 내려가자 시중은행들은 6월부터 앞다퉈 예금 금리를 내렸다.

금융권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는 만큼 0%대 예금 금리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미국 중앙은행(Fed)과 한은이 기준금리를 당분간 동결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만큼, 예금 금리도 비슷한 수준이 이어질 것"이라며 "갈 곳 없는 자금이 단기성 상품과 주식시장으로 더 몰릴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주식에 투자될 수 있는 대기성 자금은 사상 최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54조7561억원을 기록했다. 투자자예탁금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 계좌에 넣어둔 돈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증권 계자인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 역시 같은 날 기준 60조9284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보였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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