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두 번 울리는 2.5단계 방역

입력 2020-09-01 17:25   수정 2020-09-02 00:38

“동네카페는 되고 프랜차이즈 카페는 안 되고, 안마방은 되고 노래방은 안 된다는데 도대체 영업제한의 기준이 뭡니까.”

서울 등 수도권의 ‘2.5단계 방역 조치’ 시행 후 동네 점포 사장들의 절망이 분노로 바뀌고 있다. 국가적 재난을 막자는 취지의 한시적 조치에는 공감하지만, 정부가 형평성을 잃은 영업제한 조치로 가뜩이나 힘든 상황을 더 아프고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프랜차이즈형 카페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프랜차이즈형 카페는 매장 이용을 전면 금지하는 반면 패스트푸드, 제과점 등은 이용 시간 제한(오후 9시~오전 5시)만 뒀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카공족’ 등은 매장에 앉을 수 있는 인근 독립 카페와 빵집 등에 몰렸다. 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대표는 “카페에서 집단 감염이 나온 사례가 많지 않고, 본사 지원으로 방역도 철저히 해왔다”며 “배달 포장은 주문 대기가 너무 길어 취소가 속출하고, 손님들은 빵집과 맥도날드 등으로 다 넘어갔다”고 했다. 대부분 상업시설이 출입명부를 일일이 작성하지만, 신분증 확인을 따로 하지 않고 있어 방역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업종과 시간 기준도 문제다. 노래방은 영업을 금지하면서 마사지숍은 이용이 가능한 것이 대표적이다. 때아닌 호황을 누리는 곳들도 생겼다. 한강의 배달존과 노점, 편의점 테라스가 넓게 펼쳐진 반포와 마포 지구 등은 밤이 늦도록 북적거린다. 오후 9시 이후 매장 영업을 제한하는 기준을 내걸었지만 ‘노천 술집’을 막을 대안은 없었다는 얘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집단감염의 사례가 된 장소들을 데이터로 보여주고, 그 위험도를 수치화해 설득하는 세심한 작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동네 점포 사장님들이 정부의 이번 조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더 버티기 힘든 막다른 골목에 와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자영업자 수는 555만 명이다. 폐업 후 업종 전환이나 재취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버티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정부가 이런 자영업자의 현실을 모를 리 없다. 3단계로 가기 전 2.5단계라는 처방을 내린 이유도 여기 있다. 그러나 일을 서두르다 형평성도 잃었고, 납득할 만한 설명도 없어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재를 뿌렸다는 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교회발 집단감염에 대한 강력 조치없이 자영업자의 손발만 묶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한국외식업중앙회는 1일 긴급 성명을 내고 임차료와 인건비 지원, 세금 감면 등의 특별대책을 요구했다. 정부가 대책을 내놓는다 한들 코로나 사태로 한 번, 형평성을 잃은 납득할 수 없는 조치로 두 번 상처받은 자영업자들의 마음이 아물 수 있을까.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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