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못 살까 봐 불안하다"…20대까지 번진 '패닉바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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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9-03 09:52   수정 2020-09-03 10:57

"집 못 살까 봐 불안하다"…20대까지 번진 '패닉바잉'

공기업에 근무하는 20대 직장인 박모 씨(29)는 올 초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서 전용 44㎡ 작은 아파트를 3억원 초반대에 계약했다. 20년이 훌쩍 넘은 구축 아파트였고, 전세를 낀 집이라 실투자금은 1억원 정도 들었다. 경기도라도 신축 아파트를 사고 싶었지만 이번에 사지 못하면 평생 서울에 집을 마련하지 못할 수 있다는 직장 선임들의 조언에 따른 것이었다.

박 씨는 세입자의 전세 기간이 만료되면 대출 등을 받아 직접 거주하면서 양도세 감면 혜택을 노릴 계획이다. 그는 "집을 사고 몇 달새 1억원이 올랐다"며 “그때 집을 사지 않았으면 서울에서 평생 내 집 마련을 하기가 어렵지 않았을까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를 사들이는 2030 젊은 세대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부터 30대가 주택 매매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와중에 20대까지 아파트 구매에 나선 것이다. 젊은 층의 ‘패닉바잉(공황 구매)’이 사회생활을 갓 시작한 20대까지 번진 셈이다. 정부의 잇따른 고강도 부동산대책에도 이를 불신하는 젊은층 실수요자들이 늘면서 매수심리가 꺾이지 않고 있다.
20대 서울 아파트 매입건수 지난 7월 '역대 최대'
3일 한국감정원의 ‘아파트매매 거래현황’에 따르면 7월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 1만6002건 가운데 30대 거래량은 5345건을 기록했다. 20대는 562건을 기록하며 작년 초 연령대별 거래량이 집계된 이후 월별 기록으로는 사상 최대치를 새로 썼다.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평가됐던 20대까지 패닉바잉 행렬에 가세한 것이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서울 외곽 지역에서 아파트를 사들였다. 주로 6억원 이하 중소형 이하 아파트가 많은 지역이다. 서울 구별 아파트 거래 상황을 보면 지난달 강서구의 경우 2030세대 거래량이 605건을 기록해 전체(1297건) 거래 중 절반(46.6%)에 육박했다. 관악구(41.9%)·성북구(41.1%)·구로구(40.9%) 등에서도 이 같은 비중이 높았다.

30대는 9억원 초과 아파트가 많은 강남3구에서도 매입 비중을 키웠다. 송파구의 30대 매입 비중은 지난 5월 27.4%에서 7월 31.8%로 4.4%포인트 증가했다. 강남구(22.5%→24.3%)와 서초구(21.5%→26.7%)에서도 30대 구매가 늘어났다.

가용한 대출과 자산을 모두 끌어모아 내집마련에 나선다는 20~30대 '영끌'이 늘면서 대출 규모도 폭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다. 지난달 주요 시중은행의 개인신용대출이 사상 최대 규모인 4조원 넘게 늘었다. 같은 시기 주택담보대출도 비슷한 규모로 급증했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달 말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124조2747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4조705억원(3.38%) 증가했다. 증가율이 전월(2.28%)에 견줘 1%포인트 넘게 커졌다. 월 단위 기준으로 역대 가장 높은 증가 규모다. 주담대 잔액도 456조9836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4조1606억원(0.91%) 급증했다. 올 들어 3월과 4월에 이어 3번째로 많이 늘었다. 6월에 약 8400억원 증가로 잠시 주춤했으나 7월 이후 다시 빠르게 증가하는 모습이다.
상황 이런데도…정부 "젊은층 패닉바잉 진정"
상황이 이러한 데도 정부는 젊은층의 ‘패닉 바잉’이 진정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대 주택 매수 건수가 6월부터 7월 초까지 6000건 정도였다가 7월 11일 이후 1060건 정도로 떨어졌다”며 “(7·10 대책 등으로) 30대의 패닉 바잉이 많이 진정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내려가지 않는 한 20~30대의 패닉 바잉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 아니면 내 집을 마련하기 어려울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젊은 층의 매수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며 “정부의 세금과 대출 규제에도 집값 상승세가 지속된 탓"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명목으로 각종 대출 규제를 조이면서 서민이나 중산층의 자산증식 기회를 제한하고 있다. 시장에선 젊은 세대부터 자산 양극화가 부동산 양극화로 심화되는 양상을 낳고 있다는 비판이 팽배하다.

정부는 출범 직후 서울 기준 각각 70%, 60%였던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은 각 40%로 줄였다. 9억 원보다 비싼 아파트를 살 때 9억 원 초과분은 LTV가 20%만 적용된다. 15억 원 이상 아파트를 구입할 때는 대출을 아예 받을 수 없다. 한 부동산업계 전문가는 “초고가 주택의 집값을 잡겠다는 의도에서 정책을 내놨다지만 이 규제로 현장에선 현금을 동원할 여력이 있는 ‘금수저’들만 부모의 도움을 받아 초고가 주택을 쓸어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며 내놓은 특별공급도 젊은 층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7·10 대책에 생애최초 구입자나 신혼부부 등을 위한 공급 확대와 소득 기준 완화 등을 추진하는 내용을 담았다. 신혼부부에게 집을 더 주겠다는 것이지만, 미혼인 20~30대 등 젊은층은 여전히 기회가 없다는 게 공통적인 의견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각종 규제로 수도권에서 분양하는 주택 수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서 특별공급 수를 조금 늘린다고 해서 혜택을 받을 만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특별공급 확대는 일반공급 물량에 영향을 주는 만큼 조건에 해당되지 않는 일반 실수요자들은 분양 수량이 줄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셈이 된다”고 꼬집었다.

한편 분양가 6억 원 이상 생애 첫 주택을 사는 신혼부부의 신청 기준은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30%(569만원)까지, 맞벌이의 경우 140%(613만원)까지 늘어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 평균 월급은 501만원이고 중소기업은 231만원이다. 일반적인 중산층 부부의 경우 신혼부부 특별공급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자산 기준은 없다보니 ‘금수저’에게 지나치게 유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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