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된 이재용 '법원의 시간'…핵심 쟁점은? [남정민 기자의 서초동 일지]

입력 2020-09-02 14:11   수정 2020-09-02 14:27


검찰은 지난 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재판에 넘기면서 자본시장법 위반과 외부감사법 위반, 그리고 업무상 배임까지 총 3가지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이 중 핵심은 자본시장법 위반 (시세조종·부당거래)입니다.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승계 계획안인 이른바 '프로젝트 G'에 따라 그룹차원에서 투자자들을 속이거나 자산가치를 부풀리는 등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시장질서를 어지럽혔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이 부회장을 재판에 넘기기 직전에 끼워넣은 업무상 배임 혐의는 앞으로 재판을 끌고가기 위한 '예비 장치' 정도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검찰이 확보한 증거만으로 자본시장법 위반 입증이 어려울 경우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했다'는 혐의도 적용하겠다는 겁니다.

자본시장법이든 배임이든 그 입증이 까다로워 앞으로 치열한 법정다툼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입니다. 특히 자본시장법 중에서도 시세조종과 관련된 부분은 그 법리가 어렵고 입증이 까다롭기로 유명합니다.
"시장에 '인위적' 개입 입증이 핵심"

검찰이 적용한 자본시장법 제176조(시세조종행위 등의 금지)는 금융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돼야 할 가격에 누구든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금하고 있습니다. 쟁점은 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해 타인의 매매를 유인할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즉,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작업을 위해 그룹차원에서 주가에 '인위적으로' 개입했는지를 입증해내는 게 관건입니다.

자본시장법을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는 "삼성 측이 '인위적'으로 주가를 조종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유리한 시기를 택해 합병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면 혐의와 상충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자본시장법 176조와 함께 적용된 178조(부정거래 행위 금지)도 '난코스' 중 하나입니다. 해당 조항은 지난 6월 열린 수사심의위원회의 심의위원들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던 조항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본시장법 178조는 부정한 수단 또는 계획을 사용해 금융투자상품을 거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데 그 조항 자체가 추상적이고 포괄적이기 때문입니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178조는 금융시장의 범죄가 다양화되고 진화함에 따라 생겨난 이른바 '캐치 올' 규제"라며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딱 법 조항에 해당하는 것만 처벌한다기 보다는 약간의 여지를 준 조항이라 까다로운 조항 중 하나"라고 설명했습니다.
배임 관건은 회사 손해? 주주 손해?

배임 혐의 역시 입증이 쉽지 않기는 마찬가집니다. 업무상 배임이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를 위배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여기서 '타인'을 어떻게 정의할 지를 두고 삼성측과 검찰이 부딪히고 있습니다.

삼성 변호인단은 지난 1일 입장문에서 "대법원은 2009년 판례서 경영진이 보호해야 할 대상은 '주주'가 아닌 '회사재산'이라는 취지로 판단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여기서 '타인'은 주주가 아닌 회사이며 회사 자체의 손해가 입증되지 않은 한 주주의 손해 여부와 무관하다는 것입니다. 반면 검찰은 "이사회의 의무가 주주에 관련된 의무도 일부 부여된다고 해석하는 판례도 많다"는 입장입니다.

금융위 사무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양측 다 일리있는 얘기"라며 "결국엔 합병 당사자인 삼성물산, 즉 회사에 실질적인 손해가 났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해당 법안이 1차적으로는 회사 자산을 보호하는 취지를 갖고 있지만 회사 자산에 손실이 발생하면 결국 주주에게 피해가 가므로 그 둘을 완전히 떼어 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는 취집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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