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이 국세청 홈택스에 재공시된 ‘기부금품의 수집 및 지출 명세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기부금 수익이 176억원인 시민단체 국경없는의사회 한국은 지난해 기부금 224억원을 지출했다. 이 중 98억원을 국내에서 지출했다고 공시했는데, 지출 내역을 ‘운영경비’ 한 곳에 몰아 표기했다. 돈을 언제 썼는지는 기재하지 않았다. 법인 관계자는 “‘'운영 경비’에는 모금 활동, 일반 경상비, 구호활동가 채용비 등의 비용이 포함돼 있다”며 “세무서 법인세 담당자와 논의했고 회계법인에서도 외부감사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지난 5월 정의연의 부실 회계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달까지 회계 재공시를 하도록 명령했다. 재공시 대상 서류는 ‘기부금품의 모집 및 지출 명세서’로 시행규칙에 따라 1개 단체에 연간 100만원 이상 지급할 경우 단체명, 지급 목적, 수혜 인원, 금액을 별도로 적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해당 회계연도 법인 총자산의 0.5%를 가산세로 부과한다.
경기 수원의 성정문화재단은 지난해 기부금 4억9400만원을 지출했다고 공시했는데, 지급 목적을 ‘공연예술사업비’, 지급 건수는 1건으로 표기했다. 월별로는 1~11월이 전부 공란이고, 12월만 지출 내역을 적었다. 성정문화재단 관계자는 “기존 회계 내역에서 지출 항목 8개가 부정확하다는 국세청 지적을 받아 다시 공시한 것”이라며 “또 오류가 나오면 정정하겠다”고 했다.
우편료 등을 10원 단위로 꼼꼼히 공시한 곳도 있었다. 지난해 기부금 1억2500만원을 지출한 울산의 작은마을복지재단은 공시한 지출 내역만 144건에 달한다. 전기요금 7만7500원, 우편료 2270원 등 10원 단위로 세세하게 적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의연 사태 이후 시민단체 사이에서 회계 투명성이 가장 큰 화두가 됐다”며 “회계 담당 직원을 추가 채용한 곳도 있다”고 전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번에도 부실하게 공시한 단체에는 이달 말까지 수정하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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