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도 주택 수 포함 '충격'…미분양 속출

입력 2020-09-03 17:01   수정 2020-09-04 02:43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직장인 A씨는 최근 오피스텔 매매를 알아보던 중 계획을 보류했다. 지난달 12일부터 부동산 취득세를 계산할 때 주거용 오피스텔도 주택으로 간주하도록 세법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A씨는 “오피스텔을 사면 나중에 아파트를 살 때 취득세를 더 내야 하기 때문에 메리트가 떨어진다”며 “차라리 돈을 좀 더 모아 소형 아파트를 사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오피스텔 시장에 때아닌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지난 7월까지만 해도 전국 월별 거래량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정도로 시장에 활기가 돌았지만 지난달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전국에서 청약을 받은 오피스텔 단지가 전부 미달되고 거래량도 급감했다.

지난 ‘7·10 대책’의 후속 입법인 지방세법 개정안이 지난달 12일부터 시행된 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 법안은 부동산 취득세 중과 여부를 판단할 때 이날 이후 매수한 주거용 오피스텔을 주택으로 간주한다.
8월 청약 오피스텔 전부 미달
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청약홈을 통해 분양한 오피스텔 단지는 모두 청약이 미달됐다. 지난달에는 서울 구로구, 광주 서구, 인천 미추홀구 등에서 총 5개 오피스텔 단지가 청약을 받았다.

지난달 31일 서울 구로구에서 청약을 받은 ‘칸타빌레 8차’ 오피스텔은 360실이 공급됐지만 청약 신청자는 96명에 그쳤다. 지난달 18일 청약을 받은 광주 서구 ‘센트럴 광천 더 퍼스트’ 오피스텔은 436실이 일반 물량으로 나왔지만 청약자는 9명뿐이었다.

오피스텔은 아파트에 비해 가격 상승 폭이 작아 청약 시장에서 인기가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비선호 지역에서 공급되는 경우 청약이 미달되는 사례도 심심찮게 나온다. 하지만 한 달간 전국에서 공급된 모든 단지에서 미달 사태가 발생한 건 극히 드물다.

지난달에는 오피스텔 청약자 수도 평소에 비해 크게 줄었다. 지난달 전국에서 공급된 신축 오피스텔 규모는 총 1896실이었으나 전체 청약 신청자는 205명에 그쳤다. 평균 경쟁률은 0.1 대 1을 기록했다. 지난 6월(14.2 대 1), 7월(13.3 대 1)과 비교해 확 쪼그라들었다.

오피스텔은 거래량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오피스텔 거래량은 지난 7월 역대 최대치인 4636건을 기록했다. 6월 거래량도 4574건으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달에는 2233건으로 반 토막이 났다.
분양 업계도 비상
부동산 전문가들은 오피스텔 시장이 침체로 돌아선 것은 취득세를 중과할 때 주거용 오피스텔을 주택 수에 포함하기로 한 것이 결정적이라고 분석했다. 과거 오피스텔은 주거용으로 사용될 경우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계산 시에만 보유 주택 수에 포함됐다.

지난달 12일부터 지방세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이날 이후 오피스텔을 구매해 주거용으로 사용하면 추가로 주택을 매입할 때 취득세가 중과되게 됐다. 수도권 등 조정대상지역에서는 주거용 오피스텔 한 채를 사놓으면 향후 아파트를 살 때 취득세가 8% 부과된다. 주거용 오피스텔을 두 채 이상 산다면 취득세율은 12%로 올라간다.

정부 발표가 나온 뒤 건설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한 분양업체 관계자는 “7·10 대책 발표 후 분양 오피스텔 계약을 중도 해지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한 중견 건설사 대표는 “올 하반기 오피스텔 분양을 준비 중이었는데 시장 상황이 나빠져 분양 일정을 미뤄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최근 아파트에 대한 규제가 강해지면서 오피스텔이 잠깐 인기를 끌었지만 이번 정부 발표를 계기로 시장 분위기가 다시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다”며 “입지와 상품성에 따른 양극화 현상이 더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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