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아람코, 신규사업·투자 대거 중단…"현금 지키자"

입력 2020-09-03 17:52   수정 2020-10-03 00:31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세계 각국에서 벌이려던 투자를 대거 보류하거나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올초 대비 폭락한 국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선에서 좀처럼 오르지 않자 현금 지키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WSJ는 아람코가 미국, 중국, 인도, 파키스탄 등 세계 각국에서 추진하던 투자 사업을 멈추거나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람코는 미국 텍사스에 있는 모티바 정유시설에 66억달러(약 7조8400억원)를 투자해 석유화학 제품 설비를 증설하기로 한 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텍사스 포트아서에 있는 모티바 정유시설은 일일 생산량이 평균 60만배럴 수준으로 단일 정유 공장으로는 미국 내 최대 규모다. 아람코는 그간 모티바 정유시설에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데에 쓰이는 에틸렌 생산 설비 등을 더 들이는 투자안을 추진해왔다.

아람코는 미국 셈프라에너지와 추진 중인 텍사스 천연가스 사업도 보류했다. 포트아서에 수출용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유통 설비를 대거 개발하는 사업이었다.

아람코는 주요 수입 지역인 아시아 내 신규 투자도 대거 중단하거나 미뤘다. 지난달엔 중국 현지 기업들과 함께 중국 북동부 랴오닝성에 100억달러 규모 정유·석유화학 단지를 건설하는 사업을 계약 단계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인도네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페르타미나사와의 정유공장 증설 사업, 파키스탄 정유시설 투자 사업에서도 발을 뺐다.

지난 3월 발표했던 생산설비 확대 계획도 무기한 연기됐다. 아람코는 당시 러시아와의 증산 '치킨게임'을 벌이며 일평균 원유생산량을 기존 1200만배럴에서 1300만배럴로 늘리겠다며 이를 위해 설비를 확충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번 결정으로 아람코가 추진해온 사업 다각화 전략은 크게 뒤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람코는 앞서 화학산업에 1000억달러, 천연가스 분야에는 16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석유에만 의존하지 않고 여러 에너지 분야에서 발을 넓히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러시아와의 '유가전쟁'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전세계로 퍼지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코로나19로 세계 원유수요는 곤두박질쳤다. 최근 국제 유가는 40달러 초반을 횡보하고 있다. 지난 1월 첫주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주간 평균 가격이 배럴당 61.74달러,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67.32달러였던 데에 비하면 여전히 크게 낮다.

이에 따라 아람코 실적은 확 악화됐다. 올 2분기 당기순이익은 65억7000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73.4% 깎였다. 작년 2분기 아람코 당기순이익은 약 247억달러였다.

실적이 나빠지자 아람코는 자본지출을 급히 줄이려 하고 있다. 작년 기업공개(IPO) 당시 투자자들에 공언한 배당금을 깎을 수 없어서다. 아람코 대주주가 사우디 정부인데다가 배당이 사우디 정부와 친밀한 소수 투자자들에 우선으로 돌아가는 것도 아람코가 배당을 미루지 않으려는 이유다.

앞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관계자 세 명을 인용해 아람코가 올해 자본지출을 기존 250억~300억달러 규모에서 200억~250억달러로 줄일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작년 자본지출 규모인 328억달러에서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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