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예산 3분의1을 가져가는 산업은행 [박종서의 금융형통]

입력 2020-09-05 09:20   수정 2020-09-16 09:50


산업은행이 내년도 금융위원회 예산의 3분의 1을 챙겨갑니다. 정부는 2021년 금융위 예산(일반회계)을 4조3000억원으로 편성했습니다. 금융위는 이 중에서 산업은행에 모두 1조4578억원을 출연합니다. 그런데 자료를 살펴보다가 뭔가 석연치 않아서 기사를 쓰게 됐습니다. 관료들의 형식주의가 거슬렸다고 할까요.

산업은행은 최대 국책은행으로 코로나19 금융지원의 선봉에 서 있습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두산중공업 등 대기업을 비롯해 여기저기 돈 쓸 곳이 크게 늘었습니다. 추가경정예산으로 돈을 받았습니다만 1조6600억원을 받는데 그쳤습니다. 작은 돈은 아니지만 산업은행과 금융위는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산업은행은 1분기에는 적자를 봤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이 12.85%까지 하락했습니다. 국내 은행들의 평균은 14.53%입니다.

산업은행에 대한 자금지원은 불가피했던 상황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발표한 예산안을 보니 조금 엉뚱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출연금을 쓰겠다는 용처가 의아해서 그렇습니다.

대규모 산업 구조조정 때문에 재무구조가 악화됐는데 다른 이유로 출연을 하겠다고 합니다. 뉴딜펀드(6000억원), 채권시장안정펀드·증권시장안정펀드(4591억원), 혁신모험펀드(2500억원) 등을 위해 쓰겠다는 건데요. 사실 산업은행이 이러한 곳에 큰 돈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늘 해왔던 업무여서 갑자기 지원을 더 받아야 할 필요도 적습니다.

채권시장안정펀드나 증권시장안정펀드는 각각 최대 20조원과 10조7000억원 규모로 조성되는 데요. 현재로서 산업은행의 부담은 거의 없습니다. 증권시장안정펀드 같은 경우는 주가가 반등하면서 시장에 등장하지 못하고 접어야할 판입니다. 채권시장안정펀드도 다행히도 아직까지 활약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금융권에서는 산업은행에 출연을 많이 해줘야겠는데 마땅한 명목을 찾지 못해서 ‘메이크업(화장)’ 기술을 좀 부린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저는 굳이 그래야할 필요를 못 느끼지만 1조4500억원이나 주는데 경제활력 제고나 금융시장 안정화, 산업구조 고도화 지원 같은 그럴싸한 말을 붙여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라는 겁니다.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지원 1조4500억원이라고 쓰면 안 될까요.

국회에서 예산안이 통과되고 산업은행에 고스란히 나랏돈이 전달되면 잘 쓰기를 바랍니다. 요즘 아시아나항공 매각 문제로 골치가 많이 아플 것으로 생각합니다.

박종서 금융부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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