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개인투자자)와 외국인이 연일 힘겨루기를 펼치면서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이 사상 처음으로 30조원을 돌파했다.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집콕 투자자’들이 늘면서 폭발적인 거래량을 기록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일평균 거래대금은 31조36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30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4.64%, 4.04% 오르는데 그쳤지만 개인과 외국인, 기관이 연일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며 공방을 펼친 결과다.
지난 4월 처음으로 20조원 벽을 넘어선 일평균 거래대금은 넉 달 만에 10조원이 늘었다. 특히 작년 8월(8조5937억원)에 비해 260.77%나 폭증했다. 지난 2018년 8월에도 8조7635억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국내증시에서 벌어지는 거래가 얼마나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는 분석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지난달 1조660억원을 순매도했다. 60조4600억원어치를 사들였지만 61조5250억원어치를 같은 달 팔아치웠다. 외국인이 1조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도했지만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온전히 ‘개미의 힘’이었다. 지난달 31일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1조6376억원어치 주식을 하루에 팔아치웠다. 하지만 개인이 1조5791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이면서 버텨냈다.
상승세는 이달 들어서도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 4일 코스피시장 거래대금은 19조6230억원으로 종전 최고치인 지난달 31일(19조4944억원)을 넘어섰다. 코스닥 열기도 뜨겁다. 코스닥시장 하루 거래대금은 지난달 20일 20조원을 돌파하며 유가증권시장을 압도하기도 했다. 이달 4일까지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31조3358억원으로 전달 대비 3000억가까이 늘었다.
단 하루 만에 30조원이 오가는 역대급 거래가 이뤄지면서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거래도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 4일 거래된 34조원 가운데 17조3878억원이 MTS를 통해 이뤄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통상 여름 휴가철인 8월은 주식 거래가 줄어드는 비수기로 꼽혀왔지만 코로나 사태로 집콕 투자자들이 늘면서 MTS를 활용한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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