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고시 14%만 응시…내년 의사수급 '비상'

입력 2020-09-07 16:23   수정 2020-09-08 00:56


올해 의사 면허 국가고시 접수가 지난 6일로 끝났지만 의대생 86%가 시험 신청을 거부했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 등에 반발해서다. 의대생 상당수가 시험 거부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어 장기적으로 의료 인력난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의사 국시 대상 3172명 중 응시자가 446명이라고 7일 밝혔다. 최종 응시율은 14%다. 의사 국시는 오는 9~11월 실기시험, 내년 1월 7~8일 필기시험으로 치러진다. 지난해 의사 국시 합격률이 95% 정도였던 것을 고려하면 내년 배출되는 의사는 420여 명에 그칠 수 있다.

국내 의대 정원은 1948년 6개 의대 800명으로 시작해 꾸준히 증가했다. 의대 졸업자 수와 매년 배출되는 의사 인력은 거의 같다. 이대로라면 내년 신규 의사 수는 국내 의사 인력이 배출된 이래 가장 적은 수준에 머무른다.

복지부는 이미 여러 차례 의대생이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충분한 기회를 줬다는 입장이어서 응시 기회를 다시 줄 지는 미지수다.

매년 일정한 수의 의사가 배출되지 않으면 의사 수급에 차질이 빚어진다. 당장 영향을 받는 곳은 대학병원이다. 의사 면허를 딴 인턴 지원자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의료계 관계자는 “서울을 제외한 지역 의료기관들은 인턴 인력을 거의 충원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이 인턴을 마치고 전공 진료분야를 선택할 때도 문제다. 레지던트 1년차가 급감하기 때문에 인기 과로의 편중 현상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군의관, 공중보건의사 수급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준다. 지역 보건지소 등의 인력이 부족해 의료 서비스 수준이 더 떨어지게 된다.

지난달 21일부터 집단휴진을 이어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내부 진통 끝에 8일 오전 7시 진료에 복귀한다는 기본 원칙을 세웠다. 병원 밖을 나간 지 18일 만이다.

다만 휴진을 이어가자는 내부 강경파의 목소리가 여전히 강해 병원별 전공의 의견에 따라 산발적 휴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의대생들도 아직 집단행동 중단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박지현 비대위원장은 7일 “의대생 전원이 피해를 보지 않는 것과 모든 전공의를 지키는 건 당연한 전제”라며 “2주 안에 의대생을 위한 구제 절차가 마련되지 않으면 단체행동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박 위원장을 포함한 비대위 집행부가 모두 사퇴하기로 해 이런 방침이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대한의사협회도 의대생 구제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의사협회는 “의대생이 정상적으로 시험에 응할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며 “정부, 여당과의 합의는 의대생과 전공의 보호가 전제”라고 했다. 이런 전제가 깨지면 합의를 무효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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