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율이 오르면 팔고 내리면 산다는 ‘공식’도 무너진 지 오래다. 3월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296원을 기록하며 최근 10년 사이 최고치를 찍었지만 오히려 외화예금 잔액은 더욱 증가했다. 6월 이후 환율이 큰 등락 없이 안정세를 찾은 뒤에도 외화예금 잔액은 꾸준히 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외화예금 또한 ‘서학개미’가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사들이 은행에 맡겨놓는 달러예탁금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서학개미는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를 말한다. 외화예금은 거의 ‘제로금리’다. 돈을 넣어두는 것만으로는 수익이 거의 나지 않는다. 4일 기준 5대 은행의 외화정기예금(3개월 이상 예치 기준) 가운데 가장 높은 금리도 연 0.06%(농협은행)에 불과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화예금 잔액 급증은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무역 등의 수요가 줄고 해외 주식 열풍으로 증권사의 예탁금이 급증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틈새를 노리기 시작했다. 해외주식 투자자 입맛에 맞는 서비스를 내놓고, 모바일 앱도 잇따라 개편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최소 1달러부터 가입할 수 있는 ‘1달러 외화적금’을 출시했다. 매월 최대 1000달러까지 횟수 제한 없이 납입할 수 있고, 가입 후 1개월만 지나도 현찰 수수료 없이 달러 지폐로 찾을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직접 해외 주식 계좌에 이체하고자 하는 소비자를 겨냥했다.
한국씨티은행은 7일 영업점과 인터넷에서만 가능하던 ‘FX 오토바이셀’ 서비스를 모바일 앱으로 확대했다. 미리 지정해둔 환율에 도달하면 알아서 환전해주는 서비스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개인들의 투자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외화예금은 이제 필수 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이러한 수요를 선점하려는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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