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미 '테슬라 쇼크'…이달 들어 1.3조 날렸다

입력 2020-09-09 17:27   수정 2020-12-08 00:01


테슬라 주가 폭락으로 한국 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최소 1조3000억원가량 손실을 입었다. 8일(현지시간) 폭락이 있기 직전 나흘간 5830억원어치를 집중 매수한 국내 투자자들은 더 큰 타격을 받았다.

테슬라 주가는 미국 시장에서 9일 오전 10시 기준 9.28% 오른 360.84달러를 나타냈다. 테슬라 주가는 전날 21.06% 폭락해 330.21달러에 거래를 마친 뒤 하루 만에 반등세를 보였다. 하지만 전날 낙폭이 워낙 컸던 탓에 이달 들어 테슬라 주가 하락률은 여전히 30%에 육박한다.

한국인의 테슬라 보유액은 지난달 말 기준 36억4785만달러(약 4조3318억원)다. 이달 들어 9일 오전까지 보유액 중 최소 1조3000억원이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테슬라 주가는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500%가량 올랐다. 이 상황에서 악재가 터졌다. 4일 장 마감 후 테슬라는 S&P500지수 편입에 실패했다. 지수 편입을 염두에 두고 사들이던 기관이 물량을 쏟아냈다.

소프트뱅크가 40억달러의 콜옵션을 매수해 미국 기술주 주가를 부양한 사실이 드러난 것도 악재였다.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사실은 대형주 급락의 빌미를 제공했다. 8일 애플(-6.73%) 아마존(-4.39%) 페이스북(-4.09%) 구글(-3.64%) 등도 조정받았지만 9일 장 초반 낙폭 일부를 회복했다.
기술株 '급브레이크'…美 증시 거품 붕괴냐, 숨 고르기냐
뚜렷한 악재 없는데…나스닥 조정받는 3대 요인은
승승장구하던 미국 증시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시장을 주도해온 대형 정보기술(IT)주가 비틀거리고 있다.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 모회사) 페이스북 테슬라 등 6대 기술주의 시가총액이 사흘간 1조달러(약 1189조5000억원) 넘게 감소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8일(현지시간)까지 3거래일 동안 10% 떨어졌다. 통상 주가가 고점 대비 10% 하락하면 조정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한다. 월가 전문가들은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이 가장 큰 배경이라면서도 조정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①단기 과열…“일단 차익실현”
올 3월 이후 70% 넘게 급등(나스닥지수)한 데 따른 불안이 최근 하락장의 가장 큰 원인이란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사흘간의 조정에도 불구하고 아마존 주가는 올 들어 71%, 애플은 54%, 테슬라는 3.9배 오른 상태다. 투자은행 베어드의 브루스 비틀스 최고투자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대형 기술주가 고평가됐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며 “주가 조정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말했다.

마크 해펠 UBS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빅테크 주가가 단기간 많이 뛴 만큼 차익 실현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진 것”이라며 “미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쏟아붓고 있는 데다 경기 역시 서서히 회복하고 있어 거품 붕괴 조짐으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크리스티나 후퍼 이베스코 수석전략가는 “급등장 후 흔히 나타나는 건강한 조정”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2000년대 초의 ‘닷컴 버블’ 재연을 두려워한 투자자가 투매에 동참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반사이익, 즉 ‘디지털 전환’ 혜택을 보고 있지만 주가 상승이 너무 과도하다는 것이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미 상위 10개 IT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수익성 지표)은 약 75배다. 닷컴 버블이 꺼지기 직전의 76배와 비슷한 수준이다.
②갑자기 등장한 손정의 리스크
유망 벤처기업을 적극 발굴해온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아마존 테슬라 등 IT기업의 현물주식과 콜옵션을 대거 매입했다는 소식도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끼쳤다. 그동안 나스닥지수가 급등한 배경에 손 회장 등 소수 투자자의 ‘베팅’이 자리잡고 있었다는 얘기다. 손 회장과 같은 소수 투자자가 변심하거나 차익 실현에 나서면 분위기가 180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우려다.

특히 손 회장이 40억달러어치의 주식 콜옵션(만기일이나 그 전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주식을 살 권리)을 별도로 매입한 점도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시장 변동성을 예기치 않게 높일 수 있어서다. 이 정도 규모의 콜옵션이 노출시킬 수 있는 변동성은 500억달러 안팎에 달한다는 게 WSJ의 설명이다. 이런 우려로 소프트뱅크 주가는 지난 이틀간 일본 도쿄증시에서 10% 넘게 빠졌다.
③빅테크로 불똥 튄 미·중 냉전
미·중 간 기술냉전이 격화되고 있는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7일 중국과의 ‘디커플링(결별)’을 선언한 데 이어 상무부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SMIC 제재를 검토 중이다. 현실화하면 SMIC에 반도체 부품을 공급하는 미국 기업들도 매출 타격을 피할 수 없다. 이날 KLA(-9.77%) 엔비디아(-5.62%) 램리서치(-9.12%) 등 반도체기업 주가는 일제히 급락했다. 미국은 앞서 중국 화웨이와 소프트웨어 기업 틱톡·위챗 등을 ‘안보 위협’으로 규정한 뒤 거래금지 조치하기도 했다.

미 기업들로선 중국의 반격도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중국 정부가 애플 퀄컴 등 미 IT기업을 정조준할 것이란 관측이 나와서다. 애플은 연매출의 20% 이상을 중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이 와중에 중국 관영 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미 국채를 전량 매각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중국이 보유 중인 미 국채는 6월 말 기준 1조744억달러어치다. 미 국채를 한꺼번에 팔면 달러화 가치가 폭락하고 금리가 급등할 수 있다.

고윤상/뉴욕=조재길 특파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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