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핫플레이스'도 벼랑 끝…30대 사장은 '울분'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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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9-10 17:36   수정 2020-09-25 16:23

'SNS 핫플레이스'도 벼랑 끝…30대 사장은 '울분'만 남았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85㎡ 규모의 A커피전문점은 인스타그램에서 ‘핫플레이스’로 꼽힌다. 독특한 분위기와 커피 맛으로 입소문이 나면서다. 대구 출신인 이모씨(32)는 지난해 1월 낡은 한옥을 개조해 이곳을 창업했다. 지방에서 KTX를 타고 오는 손님도 많았다. 올해 초 월평균 매출은 6000만~7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이씨는 ‘이대로 자리 잡으면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겠다’며 사업 확장의 꿈을 키웠다.

이씨의 꿈은 지난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순식간에 어그러졌다. 매출은 절반 넘게 떨어졌다. 은행에서 긴급자금 5000만원을 대출받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최근엔 직원 근무시간도 줄였다. 이씨는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또 1500만원가량의 개인신용대출을 받았다”며 “괜찮아질 거란 보장이 없으니 속이 타들어간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위기를 겪는 자영업자가 속출하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7월 전국 자영업자는 554만8000명으로 전년 동기(567만6000명)보다 12만8000명 줄었다. 전년도 감소폭(2만6000명)보다 다섯 배 많다. 올 2분기엔 서울에서 전체 상가점포의 5.4%인 2만1178곳이 문을 닫았다. 중소기업연구원은 “매출이 줄어 임차료와 직원 월급 등을 감당하지 못해 폐업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했다.
'영끌'해 가게 차렸는데, 매출 10분의 1 토막…"아침에 눈 뜨기 겁나"
“아침에 눈을 뜨면 덜컥 겁부터 납니다. 차라리 가게 문을 닫을까 몇 번씩 고민합니다.”

서울 불광동에서 순댓국 장사를 하는 김모씨(29)는 지난 3월부터 잠을 제대로 잔 날이 손에 꼽을 정도다. “오늘은 손님이 몇 명이나 올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2014년부터 7년째 가게를 운영하면서 ‘베테랑 청년 사장’이라고 불리는 그에게도 요즘 상황은 낯설다. 김씨는 “보통 하루 매출이 120만원을 웃도는데 어제는 20만원어치밖에 못 팔았다”며 “밑지는 장사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대부분 지역과 업종에서 벼랑 끝 상황에 몰려 있다. 경기도에서 보컬전문학원을 운영하는 박모씨(32)는 당장 다음달 생활이 걱정이다. 지난달 학원 매출은 절반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박씨는 “2018년 아내와 함께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모아 시작한 학원”이라며 “이 위기를 넘기지 못하면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그는 “임차료는 계속 빠져나가는데 2주 넘게 영업을 중단하니 감당이 안 된다”고 했다.

부산 화명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씨(39)는 “주변에 ‘폐업’이란 표지를 붙인 점포가 하나둘 늘어날 때마다 ‘나도 곧 저렇게 되지 않을까’ 불안하고 눈물이 난다”며 “내가 어떻게 손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게 더 속상하다”고 말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2분기에만 서울에서 전체의 5.4%인 2만1178개의 상가점포가 문을 닫았다. 이 중 절반가량(1만40곳)이 음식점이었다. 편의점, 마트 등 소매 업종(3950곳)과 미용실 등 생활서비스(3473곳), 학원(1655곳) 등도 사라졌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급감한 가운데 인건비와 임차료 등 고정비 부담을 버티지 못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올 3분기엔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돼 아예 문을 닫거나 영업시간이 제한된 상점이 늘어나서다.

“직원부터 자를 수밖에”
자영업자의 위기는 직원(아르바이트 직원 포함)들의 생계 위협이기도 하다. 서울 서초구의 한 레스토랑은 최근 직원 20명 중 3명을 남기고 모두 해고했다. 주말이면 200만~300만원씩 나오던 하루 매출이 요즘은 10분의 1로 줄었다. 하루 매출이 10만원까지 내려간 적도 있다.

경기 수원에서 DVD방, 멀티방 등을 운영하는 송철재 소상공인연합회 수원지회장은 “매출이 안 나올 때 가장 먼저 손대는 게 인건비”라며 “유지비용에서 부담이 큰 임차료와 인건비 중 자체적으로 조정 가능한 부분부터 절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손 지회장은 “가족끼리 일하면서 버텨보지만 한계가 있다”며 “하루에도 수십 번 울분이 터진다”고 했다.

음식점 편의점 등에서 일하다 일자리를 잃은 직원과 아르바이트생은 대부분 소득 수준이 최저임금을 겨우 웃도는 정도여서 한계상황에 쉽게 내몰릴 수 있다. 서울 대흥동의 한 카페에서 일하던 최모씨(23)는 “내년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해왔는데 카페 사정으로 그만두게 됐다”며 “새 일자리를 알아보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소비·고용침체 이어진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최근 전국 자영업자 341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0%(2021명)가 코로나19 재확산 후 ‘매출이 90% 이상 줄었다’고 했다. 매출이 ‘80% 이상 감소’(16.2%) ‘50% 이상 감소’(15.3%) 한 곳도 적지 않았다.

서울시에 생존자금 신청을 문의하는 자영업자도 잇따르고 있다. 10일까지 47만6000여 명이 1인당 140만원의 생존자금을 받아갔다. 강석 서울시 소상공인정책담당관은 “이렇게 많은 자영업자가 동시다발적으로 자금난을 호소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한 분위기”라고 했다.

2016년부터 서울 창전동에서 음악스튜디오를 운영해온 김희곤 씨(35)는 “생존자금을 받아 임차료 등 급한 불은 껐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했다. 경남 진주에서 버섯을 판매하는 백대훈 청년상인네트워크 대표는 “2~3년차 자영업자가 문을 닫는 사례가 많다”며 “일시적인 정부 지원금으로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의 위기는 한국 경제 전반을 얼어붙게 할 가능성도 크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 경제에서 고용을 책임지는 한 축인 자영업이 침체되면 소비 전반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정지은/양길성/박종관/민경진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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