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中·인도 국경의 티베트 특수부대

입력 2020-09-10 17:54   수정 2020-09-11 00:14

그의 이름은 텐진 니마다. 텐진은 티베트 망명정부 수장인 달라이 라마 14세의 본명 텐진 가초에서 따왔고, 니마는 그가 태어난 월요일을 뜻한다. 그는 1959년 중국에서 티베트 독립 봉기를 일으켰다가 실패하고 달라이 라마를 따라 인도로 피신한 망명자의 후손이다.

티베트인으로 구성된 인도 특수부대(SFF) 요원인 그는 지난달 말 중국과의 국경 분쟁에서 전사했다. 장례식 때 그의 관에는 인도 국기와 함께 티베트 망명정부깃발(설산사자기)이 덮였다. 전우들은 중국에 대한 복수를 벼르고, 인도 내 8만여 명의 티베트 망명인도 적개심을 불태우고 있다.

인도 군에 티베트인 특수부대가 생긴 것은 1962년 중국·인도 전쟁 이후다. 이들은 해발 4000m가 넘는 티베트 고원지대를 잘 알고 게릴라전 경험도 많았다. 7개 대대 약 5000명 규모인 이 특수부대는 1971년 대(對)파키스탄 전쟁과 방글라데시 독립 전쟁에 투입됐다. 1980년대에 펀자브 지방의 시크교도 봉기 진압 등 인도 내부 문제에 동원되기도 했다. 지난달 말에는 올 들어 두 번째 벌어진 국경 분쟁에서 중국군을 격퇴했다.

인도의 티베트인 특수부대에 대응해 중국은 최근 ‘쉐아오(雪獒·사자개) 고원반격부대’를 창설했다. 부대원은 중국 국가 1급 권투선수를 비롯해 격투기 대회에서 입상한 선수들이다.

티베트자치구에 주둔하는 이 부대에는 공교롭게도 아바티베트족창족자치구 출신의 격투기 선수 수 무다얼지가 소속돼 있다. 이에 맞서 인도가 파견하는 ‘가탁(킬러) 돌격대’에도 티베트족이 포함돼 있다. 이대로 가면 혈족 간 대리전이 벌이질 수도 있다.

이들의 기구한 운명은 각국 외인부대 용병들을 떠올리게 한다. 영국의 침입을 단검으로 막아낸 네팔의 ‘구르카 전사’들은 나중에 영국 용병이 돼 1·2차 세계대전과 걸프전에서 싸웠다. 스위스 근위병들은 바티칸 교황청 수호에 목숨을 걸고, 프랑스 외인부대원들은 남의 나라를 위해 온몸을 바치고 있다. 모두가 궁핍하고 힘없는 나라이거나 망국의 후예들이다.

그나마 히말라야산맥의 중국·인도 국경에는 9월부터 눈이 쌓이고 얼음이 언다. 순찰 반경이 감소하면 충돌 위험도 그만큼 줄어들 전망이다.

나라 잃은 텐진 니마의 슬픈 영혼에도 이젠 평화와 안식이 함께 깃들기를!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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