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세입자 있는 집, 사도 못 들어간다?

입력 2020-09-11 10:39   수정 2020-09-11 11:23


앞으로 집을 사더라도 입주가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해당 주택에 거주 중인 세입자가 전 집주인에게 계약갱신청구를 하면 전세계약을 연장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이 나와서다. 법조계는 ‘주택임대차보호법 3법’과 관련한 송사와 편법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1일 국토교통부와 법무부는 이 같은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유권해석을 지난 10일 내놨다. 세입자가 계약갱신 청구를 한 상황에서 집주인 A가 B에게 집을 팔기로 계약했을 때 승계인 B가 실거주 의사로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느냐가 쟁점이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담긴 개정 임대차법은 집주인의 계약갱신 거절 사유를 9가지로 정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본인 또는 직계 존·비속이 입주하는 경우다. 그러나 국토부는 세입자가 전 집주인 A에게 계약갱신을 청구했고, A는 실거주 의사 없이 집을 매각하려 했기 때문에 계약이 갱신돼야 한다고 해석했다. 승계인 B는 계약갱신청구의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실거주 목적으로 매수했더라도 갱신을 거절할 권한이 없다는 게 이번 해석의 요지다.


법조계는 이 같은 해석이 많은 송사를 야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개정 임대차법이 임대인의 재산권을 크게 제한하고 있는 데다 주택의 승계마저 복잡하게 꼬여 버렸기 때문이다.

편법이 등장할 우려도 있다. 전 집주인 A가 실거주를 목적으로 계약갱신을 거절한 뒤 잠시 전입신고를 했다가 다시 B에게 매각하는 방법이다. 김향훈 법무법인 센트로 대표변호사는 “개정 법은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갱신을 거절할 경우 임차인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제3자에게 임대한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며 “집주인이 입주한 뒤 승계인에게 팔면 제3자 임대가 아닌 제3자 매각에 해당돼 손해배상 책임을 벗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때는 전 집주인 A에게 처음부터 실거주 목적이 없었다고 봐서 추후 세입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다. 임대차법이 어디까지나 임차인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개정됐기 때문에 엄격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분쟁을 줄일 수 있는 건 일찌감치 소유권을 넘기는 방법이다.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를 요구할 수 있는 기간은 계약 만료 6개월~1개월 전이기 때문에 이 시기가 도래하기 전에 매각을 진행하는 것이다. 신태호 법무법인 한틀 대표변호사는 “임대차계약 만료 6개월 전까지 소유권이전등기 신청을 마친 경우 승계인이 실거주를 목적으로 계약갱신 거절이 가능하다”며 “매매의 편리를 위해 계약 후 바로 등기이전이 진행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 매매계약 이후 잔금까진 통상 6개월 안팎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집을 팔기 위해선 임대차계약 만료 1년 전부터 매물로 내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세입자에게 합의금을 주고 계약갱신을 거절하는 방법도 있다. 개정 임대차법엔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합당한 보상을 할 경우 계약갱신이 거절하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전 집주인 A가 사실상 권리금 형태인 합의금을 주고 계약갱신을 거절한 뒤 B에게 매각하게 된다. 다만 합의금이 고스란히 매매대금에 녹아들어 B의 주택 구입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세입자가 계약갱신을 청구했을 때 전 집주인 A가 뒤늦게 갱신 거절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갱신 거절 통보가 늦을 경우 매매계약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곽종규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변호사는 “개정 법 조문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 기간을 6개월~1개월 전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임대인의 갱신 거절 통보 기간은 뚜렷하게 규정하지 않고 있다”며 “모호한 조문 때문에 소송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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