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2인자서 1인자로…'뉴재팬' 日 스가 시대 열렸다

입력 2020-09-14 15:36   수정 2020-10-14 00:33


예상대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후임으로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사진)이 선출됐다.

일본 집권당인 자민당은 14일 도쿄의 한 호텔에서 실시한 총재 선거를 통해 스가 관방장관을 새 총재로 선출했다.

일본 국회는 16일 소집되는 임시회에서 차기 총리를 뽑는 정식 선거를 시행한다. 의회 다수파인 자민당이 스가를 제99대 총리로 선출할 것이 확실시된다.

2012년 12월 26일 아베 총리가 취임한 후 7년8개월여 만에 일본 총리가 바뀐다. 스가는 출마 전부터 각 파벌의 지지를 받아 대세론을 형성했으며 이날 투표에서 이변 없이 총재로 당선됐다. 스가 장관이 공식적으로 총리에 선출되면 임기는 아베 총리의 잔여 임기인 내년 9월까지다.

이날 공식적으로 출마한 후보는 스가와,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등 3명이다.

스가는 선거를 앞두고 "승리가 눈 앞에 있다고 생각한다. 아키타에서 나와 지연도 혈연도 없이 정치 세계에 뛰어들어 제로(0)부터 시작해도 일본에서는 총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일 관계가 우선"
한일 양국 관계에도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스가는 미일관계를 중심으로 각국과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스가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정상 간 외교에 대해 "일반론으로서 말씀드리면 정상 간 개인적 신뢰 관계는 양국 관계를 한층 더 긴밀하게 한다"며 "국제 정세 전체 상황을 파악해 미일 동맹을 기축으로 폭 넒고 안정적인 관계를 각국과 쌓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베 총리 아래 경제 재생과 외교 안전보장 재구축, 전세대형 사회보장 실현, 올해 들어서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등 중요한 과제에 대응해왔다"고 소견을 밝혔다. 이어 "매일 새로운 일이 발생해 긴장감을 가지고 전력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정권 대변인인 관방장관 자리에 대해서는 "정부의 입장과 견해를 정확히 발신하는 귀중한 기회였고 제대로 준비해 정중히 확실히 임해왔다"며 "모든 회견 하나하나 인상에 남는 회견이었다"고 회고했다.

스가는 "국민의 생명과 평화로운 생활을 지키는 일은 정부에게 부과된 중대한 사명"이라며 "차기 정권에서도 안전보장상 과제와 자연재해, 테러 대책 등 위기 관리에 힘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서 보기 힘든 자수성가형 정치인
스가는 자민당 최초의 무(無)파벌·비(非)세습 총재로 평가받는다. 어떤 파벌에도 속하지 않고 부모로부터 정치적 기반을 물려 받지도 않은 일본 정가에서 보기드문 자수성가형 정치인이다.

그동안 자민당 총재는 많은 사람이 속한 파벌 출신이면서 국회의원 2·3세가 선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유력 정치가문에서 자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와 아베 전 총리는 총재 선거 당시 형식적으로는 소속된 파벌이 없었지만 이전에 속해있던 파벌의 지지를 기반으로 당선됐다.

스가는 1948년 도호쿠 지방 아키타현 딸기 농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고등학교 졸업 후 상경해 도쿄의 골판지 공장에서 근무했다. 아버지가 마을의회 의원을 지냈지만 그 밑에서 일하지 않고 국회의원 비서로 일하다 요코하마 시의회 의원을 거쳐 정계에 진출했다.

스가의 선출은 일본 역대 총리의 출신지역과 출신대학을 넓히는 계기로도 작용했다. 그동안 일본 총리는 도쿄나 인근 대도시 출신이 많았고 도쿄대, 게이오대, 와세다대 등 3대 명문대 졸업자가 대다수였다. 스가 장관은 아키타현 출신, 호세이대학 출신 최초의 총리다.
2인자서 1인자로
그는 7년8개월 간 아베 내각의 2인자로서 위기관리부터 부처 간 정책 조정, 각종 스캔들 대응은 물론 하루 두번 정례 브리핑을 열고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폭넓은 역할을 큰 사고 없이 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 정계에 정통한 미 컬럼비아대 제럴드 커티스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에 "'신중하고 성숙한 미스터 조정역(役)'이라는 이미지가 위기의 시대에는 유리하게 작용할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특히 기자회견에서 아베 내각의 각종 스캔들에 "전혀 문제 없다", "맞지 않는 지적"이라며 방어적으로 대응해 언론으로부터 질타를 받았지만 자민당 내에선 '신뢰할 수 있고 안정적인 정권 변호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계기가 됐다.

관료사회에 대해선 인사권을 틀어쥐고 철저히 통제한다는 평가도 받는다. 정권의 지시에 불응하거나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는 인사는 아무리 고위직이고 임기가 정해져 있더라도 퇴임시키고, 정권에 호의적인 인물은 고속 승진 시켰다.

정치 성향이 좌나 우 어느 한쪽에 치우쳐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헌법 개정과 같은 중장기적인 과제 보다는 당장 경제 회생 문제에 매달릴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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