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외과 의사, 평균 주 63.5시간 근무 "업무 강도 한계 상황"

입력 2020-09-14 17:45   수정 2020-09-14 18:46


"전공의가 없으니 월급, 대우, 승진에서 매우 불리하다. 전공의 역할까지 하지만 오히려 전공의 없는 과로 차별 대우를 받는다."

"힘들고 어려운 환자를 보는 것 자체는 보람있지만 육체적 정신적으로 너무 과할 때는 많이 지친다. 일만 하다가 연구 같은 일을 할 수 없어 승진에 누락되고, 집에는 늦게 들어가고 남들보다 늘 바쁜 아빠, 남편인데, 월급은 남들보다 턱없이 적다."

국내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흉부외과 전문의들의 토로다. 흉부외과는 매년 전공의 지원율이 가장 낮은 진료과로 꼽힌다. 환자 생명을 직접 다룬다는 보람은 있지만 어렵고 힘들고 수익이 높지 않은 진료분야기 때문이다. 흉부외과 의사들은 수십년째 이어지는 전공의 부족 현상으로 이들의 번아웃이 심각한 상황이라고도 했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는 지난해 11월18일~12월1일 전국 흉부외과 전문의 385명을 대상으로 근로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이들의 근무시간은 하루 평균 12.7시간으로, 평일 기준 매주 63.5시간 근무했다. 전문의 7%는 매일 16시간 넘게 일한다고 답했다.

평일 하루 권고 노동시간인 8시간을 넘겨 근무하는 일수는 5일 중 4.6일로 거의 매일 초과근무를 했다. 대부분의 흉부외과 전문의들이 주말 중 하루는 출근했다. 매달 평균 5.1일 다음날 쉬지 못하는 당직근무를 했다. 밤에 응급 환자가 발생하면 전화를 받고 병원으로 출근해야 하는 온콜당직은 매달 10.8일이었다. 매달 16일 정도를 야간 대기하고 있다는 의미다.

전공의 근무시간을 주당 최대 88시간으로 제한한 전공의특별법이 시행된 뒤 전문의 근무강도는 더 높아졌다. 성인과 소아 심장 분야, 혈관 외상분야 업무량은 평균보다 더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설문에 참여한 흉부외과 전문의 60.6%가 감당 힘든 수준의 업무강도라고 했다. 16.8%는 이 때문에 입원 치료를 받은 경험도 있었다. 서울 경기 등 수도권으로 환자가 쏠리면서 이 지역 전문의들이 업무강도가 심하다고 답한 비율은 87.9%에 이른다.

하지만 67.9%가 보상이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흉부외과 지원금으로 정부에서 지급하는 비용이 다른 과로 흘러가는 등 선순환 구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6~10년차 전문의들의 번아웃 비율은 66.1%에 이른다. 이 때문에 93.9%가 환자 안전까지 걱정된다고 했다. 48.6%는 실제 환자에게 위해가 되거나 위해될 뻔한 아찔한 경험을 했다고도 했다.

흉부외과 전문의 66%는 전공을 택한 것을 후회한다고 답했다. 74%는 후배나 자녀에게 흉부외과를 추천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학회는 "단기적으로 과도한 업무시간과 적은 보상, 번 아웃 직전 상황을 타개할 흉부외과 전문의에 대한 긴급한 지원"며 "불합리하게 집행되는 흉부외과 지원금을 철저히 조사하고 지원금이 흉부외과에 흘러가도록 강제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흉부외과 현황에 대한 정부 조사도 이뤄져야 한다.

이들은 정부에서 발표한 의대 정원 증원이나 10년 의무 복무 제도 등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연간 400명 증원 시 증가분이 연간 2명 미만에 불과한데다 10년 의무복무만으로는 전문가 양성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시스템 때문에 흉부외과 명맥을 이어주는 자발적 지원자만 줄어들 위험이 크다고도 했다.

학회는 "흉부외과를 기간산업과 같은 국가 필수 의료로 선정해 대규모 투자를 하고 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며 "흉부외과 분야 연구지원, 흉부외과 특별법 등을 통해 흉부외과 전문의 자원 활용도를 넓히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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