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주식 고수들의 '투자 철학'…기업 공부하고 위기 관리하고 종잣돈 모으고

입력 2020-09-14 17:38   수정 2020-09-25 16:17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과 ‘빚투’(빚을 내 투자한다).

요즘 밀레니얼(2030세대)의 주식 투자 열풍을 다룰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용어다. 젊은이들의 모험적 투자가 문제를 일으킬지 모른다는 우려가 배어 있다. 하지만 밀레니얼 주식 고수들은 다르다. 그들은 오히려 ‘끊임없는 공부’와 ‘리스크 관리’ ‘종잣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투자철학과 4차 산업혁명 기술에 대한 이해로 무장한 밀레니얼이 주식시장 흐름을 바꿔놓고 있다. 올해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가 새로운 주도주로 등장한 이면에는 밀레니얼 파워가 자리잡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주식정보 앱인 증권플러스에 의뢰해 올 3월부터 지난달까지 20대와 30대 이용자 17만6556명의 관심종목 등록 현황을 분석한 결과 카카오가 20대와 30대에서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카카오를 가장 잘 활용하는 세대가 투자에도 가장 적극적이었다. 카카오가 올 들어 143% 오른 데는 밀레니얼 투자자들의 역할이 컸다.

밀레니얼의 이런 투자는 “주식에 자신의 ‘오늘과 내일’을 투영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밀레니얼 세대는 투자와 관련된 이슈 중 4차 산업혁명(1순위 선택 비율 31%)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인공지능(AI)과 로봇, 가상현실(VR)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에 다른 어느 세대보다 친숙하기 때문에 향후 투자의 성패를 가를 가장 큰 이슈로 본 것이다. 자신의 현재 삶 및 다가올 미래의 삶과 관련된 종목에 적극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밀레니얼이 허황된 꿈에 근거해 제멋대로 투자하는 건 결코 아니다. 한경이 만난 20대 고수들은 주식 투자에서 끊임없는 공부와 철저한 리스크 관리 그리고 종잣돈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고수익 비결요?…새벽 6시 일어나 전략짜고 손절매는 칼같이 했죠"
2030세대는 올해 한국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동학개미운동’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그중 주식 투자를 잘한다고 하는 20대 투자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증권사 투자대회 입상자, 대학 투자동아리 회원 등이다. ‘청년 고수’라 부를 만한 이들은 코로나19 급락장에서도 발 빠르게 대응해 높은 수익을 올렸다. 이들의 공통점은 ‘빚투’(빚내서 투자)와 ‘테마주 투자’ 등이 아니었다. 청년 고수들은 ‘리스크 관리’ ‘끊임없는 공부’ ‘종잣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저가 매수보다 리스크 관리
대학 3학년인 이서준 씨(24)는 한국투자증권이 지난 4~5월에 연 ‘2020년 제1회 뱅키스 대학생 모의투자대회’에서 참가자 3700명 중 1위를 차지했다. 수익률은 88.2%. 3월 코로나19 급락장은 쉽지 않았다. 그는 “어디가 바닥인지 모른다는 것이 가장 무서웠다”고 했다. 차분히 위기에 대응했다. 그는 “섣불리 저가 매수를 하기보다 보유 종목 비중만큼 지수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수하는 식으로 포트폴리오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위기가 지나가자 5월부터 증시 상승에 베팅을 시작했다. ‘V자 반등’의 바닥을 짚지는 못했지만 코로나19 수혜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 더존비즈온, 녹십자, 랩지노믹스 등을 사들였다. 수익률은 빠르게 회복됐다.

다른 청년 고수들도 급락장 대응책으로 손실 최소화를 택했다. ‘제27회 키움증권 대학생 모의투자대회’에서 2등을 한 최동진 씨(25)는 “손절매를 칼같이 했다”고 했다. 연세대 투자동아리 YIG 회장을 맡고 있는 윤지훈 씨(25)도 조짐이 좋지 않자 보유 종목을 모두 처분한 뒤 다음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위기를 관리해야 다음이 있다’는 게 이들의 공통적 생각이었다. 위기가 일단락된 후 이들은 위기를 가져온 원인에 대처할 수 있는 업종에 과감히 투자했다. 바이오 업종이 투자처였다. 유안타증권 대학생 실전투자대회 개인전에서 3위를 한 대학 1학년 김도인 씨(19)도 비슷했다. 그는 “3월 말 시장이 반등했지만 V자일지 W자일지 알 수 없었다”며 “4월에도 오르자 추세 상승에 들어섰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씨젠 등 제약·바이오로 포트폴리오를 꾸렸다.
투자도 공부해야 수익 낼 수 있어
청년 고수들은 한목소리로 ‘끊임없는 공부’를 강조했다. 뱅키스 대학생 모의투자대회에서 2등을 한 임민수 씨(24)는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난다. 미국 증시 결과와 뉴스, 리포트 등 각종 투자 정보를 확인하고 그날의 매매 전략을 짠다. 임씨는 “주로 당일에 사서 당일에 청산하는 단타 스타일로 투자하고 있다”며 “장 초반에 사서 매도 목표가를 걸어놓는데, 매일 매일 어떤 종목을 매수할지 결정하기 위해선 아침 일찍 일어나 공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서준 씨는 주식을 배우기 위해 ‘슈퍼 개미’라 불리는 재야 고수들을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여수고래’ 박현상, 이용호 아이지개발 대표 등을 만났다. 부전공으로 경영학을 공부하며 재무관리와 투자론 등의 수업을 듣고, 교내 투자동아리 블래쉬에도 가입해 활동했다. 그는 “주식 투자는 노력이 조금만 느슨해지거나 요행을 바라면 곧 손실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윤지훈 씨는 YIG가 가치투자 동아리인 까닭에 기업의 내재 가치 분석을 중시한다고 했다. 전자공시와 뉴스를 꼼꼼히 챙기고, 직접 기업 분석 리포트도 쓴다. 윤씨는 “새로운 산업이 뜨고 시장의 속성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투자를 위한 공부에는 끝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투자의 기본은 종잣돈 모으기
청년 고수들은 또 종잣돈(시드머니)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빚보다 한 푼 두 푼 모은 돈으로 자산을 불려가야 한다고 했다. 임민수 씨는 “중학생 때부터 주식 투자를 위해 세뱃돈과 용돈을 모아뒀다”며 “스무살 때 증권 계좌를 개설해 투자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정도 종잣돈이 있어야 유의미한 자산 축적 효과를 낼 수 있고 자산 배분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동진 씨는 아르바이트 등으로 번 돈 200만원으로 처음 주식을 샀다. 이 종잣돈은 올해 초 1700만원까지 늘었고, 코로나19 반등장에서 두 배가량 더 불어났다.

오형주/임근호/고윤상/한경제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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