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뮬란' 논란 속 개봉…화려한 액션 돋보이는 대작

입력 2020-09-17 18:28   수정 2020-09-17 19:38


디즈니의 화제작 '뮬란'(니키 카로 감독)이 각종 논란 속에서 17일 국내 개봉했다.

1998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뮬란’을 22년 만에 실사화한 이 작품은 세상의 편견과 금기에 맞선 아름답고 강한 여전사의 재탄생 이야기를 화려한 오락영화로 빚어냈다. 중국 남북조시대 화목란(뮬란) 설화를 바탕으로 뮬란(류이페이 분)이 아픈 아버지를 대신해 남장을 한 채 전장에 나가 역경을 극복하고 큰 공을 세우고 귀향하는 이야기다.

당시 여성은 신부수업에 열중해야 하지만, 남다른 기를 타고난 뮬란은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다. 전장에서도 뛰어난 무예로 남자들을 압도하고 적들을 제압한다. 두려움에 떠는 동료병사들에게 용기를 주는 리더십도 발휘한다. 남자로 행세하던 뮬란이 벌을 각오하고 정체성을 밝히는 장면은 진실이야 말로 강한 것이란 깨달음에서다. 진실을 밝힌 뒤 그는 신분을 감췄을 때보다 더욱 강해지는 것으로 묘사된다. 거짓말에 대해 응분의 벌도 감수한다.

뮬란은 그런 고난을 딛고 남성 집단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군대를 이끈다. 여성의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다. 반면 라이벌 마녀는 뛰어난 능력의 보유자이지만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편견을 극복 못한 캐릭터다. 마녀는 능력을 보여줄 수록 남성집단으로부터 버림받았다고 토로한다. 그들의 차이점은 동료집단과 함께 호흡하면서 공감대를 얼마나 넓혔느냐 여부다. 캐릭터의 이런 과정 때문에 '뮬란은 혁명적인 캐릭터'로 불린다.

영화는 검에 새겨진 글귀인 충(忠)과 용(勇), 진(眞) 을 주제로 앞세우면서도 가족애를 강조하는 효(孝)까지 놓치지 않았다. 중국에서 만든 영화 '뮬란'과 달리 이 작품은 대자본을 쏟아부어 판타지성 볼거리를 강화했다. 날아다니는 새로 변할 수 있는 마녀(공리)가 등장하거나 전설의 새인 '불사조'가 뮬란의 수호신으로 나선 장면들이 그것이다.

액션신에서도 날아오는 화살을 발로 차서 되돌려보내는 식으로 화려하게 연출했다. 그렇지만 싸움의 몸동작을 실제처럼 섬세하게 포착했고, 와이어도 정교하게 사용함으로써 타격감이 최대한 느껴지도록 연출했다.

디즈니는 코로나19 여파로 미국에서는 극장 개봉을 공식 포기하고 OTT (인터넷동영상서비스) 디즈니 플러스에서 지난 4일 29.99 달러로 공개했다. 중국에서는 지난 11일 개봉해 첫 주말 232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디즈니의 역대 중국 개봉작 중에서 큰 재미를 못 봤던 '신데렐라'와 '말레피센트2' 정도의 흥행 실적이다.

'뮬란'은 한국 등 영화가 개봉하는 국가들의 SNS에서 ‘보이콧뮬란(#BoycottMulan)’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지는 등 관람 거부 운동이 퍼지고 있다. 디즈니 제작진은 영화 엔딩 크레딧에 "(촬영에 협조해준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투루판시(市) 공안국에 감사를 표한다"는 문구를 담았는 데, 신장위구르자치구는 약 100만명의 위구르인들을 중국 정부가 교화소에 강제 구금한 인권탄압의 상징이다. 디즈니가 이곳의 공안 당국에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위구르족 인권 탄압을 묵인했다는 비난 여론이 고조된 것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뮬란’에 보도 금지 지침을 내렸고, 미국 의회는 이 지침과 관련해 해명할 것을 디즈니에 요구했다.

또한 '뮬란' 타이틀롤을 맡은 류이페이는 지난해 8월 홍콩 시위 당시 자신의 SNS에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 홍콩은 부끄러운 줄 알라"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려 비난을 받았다. 또 다른 출연자인 전쯔단도 홍콩의 중국 반환 23주년을 기념하는 내용의 글을 SNS에 공유해 역시 논란이 됐다. 국내에서도 시민단체 세계시민선언이 17일 서울 신촌, 용산 등의 대형 영화관 앞에서 뮬란 불매운동 동참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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