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아의 독서공감] '집사'라서 행복한 사람들

입력 2020-09-17 17:21   수정 2020-09-18 06:56


‘집사’. 개와 고양이, 새, 심지어 고슴도치나 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이렇게 칭한다. 집사들이 찍은 반려동물의 귀여운 사진과 영상은 SNS를 수놓는다.

종을 초월한 가족 관계인 집사와 반려동물의 ‘간절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 잇달아 출간됐다. 《살며 사랑하며 기르며》는 영국 작가 재키 콜리스 하비가 “나는 왜 동물을 사랑하는가”라는 물음을 주제로 인간과 반려동물 간 관계를 인문학적으로 풀어낸 책이다. 저자는 “인간은 지구에서 유일하게 자신과 다른 생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동물”이라며 “오직 인간의 정신 속에만 존재하는 이 특별한 사랑은, 그러나 너무 사소하고도 당연하게 여겨져서 그간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책은 우리가 말이 통하지 않는 동물에게 자꾸 말을 거는 이유, 동물에게 이름을 붙이고 싶어 하는 이유, 귀엽게 생긴 동물에게 더 끌리는 이유처럼 얼핏 당연하다고만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주제에 관해 생각하도록 이끈다. 한때 이른바 ‘제3세계 미개인’이 반려동물로 여겨졌던 어두운 역사도 언급한다. 새끼 앵무새에게 ‘간택’받은 동물언어학자 아이린 페퍼버그, “고양이를 좋아하느냐”고 물으며 대화 상대방을 테스트했던 장 자크 루소 등 유명인들과 반려동물의 다양한 일화도 소개한다.

《경쾌한 사색자, 개》는 프랑스 철학자이자 작가 마르크 알리자르트가 개에 대한 전방위적 지식과 사유를 다소 화려하게 펼쳐놓은 책이다. 개를 키우며, 아니 개와 함께하며 이르게 된 새로운 지적·정신적 감각을 신화와 여러 문헌 속 이야기와 엮어 들려준다. 저자는 키우는 개 ‘마르틴 루터’를 바라보며 “개는 문화와 자연, 낮과 밤, 삶과 죽음을 가르는 장벽에 구애받지 않으며, 서로 다른 존재를 이해한다”고 칭송한다. 타인을 비하할 때 개와 관련된 단어를 쓰는 데 대해선 “서구 문명에서 중요한 상징의 보고로 꼽히는 성경에서 왜 모든 짐승을 칭찬하면서도 개만 빼놓았을까”라고 반문한다. “개는 진화라는 전쟁에서 자신이 있을 곳을 점하기 위해 인간을 창조했다”며 “원시의 개에서 길들여진 개로 전환이 이루어진 날짜는 호모사피엔스가 초기 벽화들을 생산한 시기와 일치했다”고 주장한다. 반려동물을 폭행하는 행동에 대해선 “개를 때리는 행위는 개가 자신보다 훌륭하다며 개를 탓하는 것과 같다”고 꼬집는다.

세계적인 동물권리 운동가이자 비건 채식주의자인 제프리 마송은 《우리 개가 무지개다리를 건넌다면》에서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어릴 때부터 다양한 동물을 키우면서 느낀 감정과 지난해 8월 자신의 반려견을 떠나보낸 경험, 주변 사람들에게서 들은 작별 이야기 등을 통해 반려동물과의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준비하고 받아들일지에 대해 논한다. 그는 “‘동물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든다’는 말이 가장 사실로 다가올 때는 우리가 동물의 죽음을 슬퍼할 때”라고 말한다. 또 반려동물의 임종 때 반드시 곁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곁에 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동물들에게는 커다란 의미”라며 “동물을 위한 슬픔은 더 이상 비정상적이거나 병적인 일이 아니다”고 설명한다. “우리가 반려동물을 기리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지속적인 선행을 베푸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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