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잘 만드는 남자, 황록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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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9-18 16:14  

옷 잘 만드는 남자, 황록 연대기


[박찬 기자] 보통 누군가의 발자취를 그려나갈 때 ‘연대기’라는 표현은 지양하는 편이다. 개인의 삶은 역사적 순간보다는 선택과 결정의 단면을 담기 때문. 하지만 황록(Rok Hwang)의 두드림은 사뭇 다르다. 안개 속 외딴 길처럼 빼곡하게 자라나기도 하며 대중들 사이로 들어가 번쩍번쩍 빛을 발하기도. 쉽게 말하자면 이렇게나 강렬한 존재감을 갖춘 그다.

한국에서 태어나서 10대 때 미국 텍사스로 이민 간 황록은 런던의 패션 명문 ‘센트럴 세인트 마틴(Central Saint Martins)’을 시작점으로 대담한 에너지를 쌓아갔다. 물론 그때부터 이미 단순한 학생은 아니였다. 한국인 최초로 MA 졸업 쇼에서 피날레를 장식하고 대상을 받는 등 떡잎부터 눈부셨다는 점.

이후 록의 역량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비 필로(Phoebe Philo)의 셀린느(Celine)를 거치고, 루이비통(Louis Vuitton), 끌로에(Chloe)의 빛깔을 입으며 더욱 두드러졌다. 그 기세를 단숨에 몰아 2018년 6월 브랜드 LVMH에서 매년 열리는 ‘LVMH PRIZE’에서 특별상을 수상하고, 19 FW 파리 컬렉션에 입성하기까지 화려한 발자취를 기록한 황록.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브랜드 록(Rokh)의 몸집은 쉽게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해진 듯하다.


20 SS 컬렉션은 황록의 유년기 시절 감성을 재구성했다. 아버지와의 여행에서 느꼈던 것들을 런웨이로 담아냈다는 그는 “당시 우리는 차에서 거의 3개월을 보냈다”라며 “그때 아버지의 차에서 봤던 모든 것을 컬렉션으로 표현했다”라며 소감을 전하기도. ‘로드 트립(Road Trip)’에 관한 무드를 바탕으로 백팩과 트래킹 슈즈를 통해 스포티한 분위기를 되살렸다.

이전부터 그의 가장 큰 강점이었던 레더 소재는 이번에도 두각을 드러냈다. 재킷, 팬츠, 스커트 등 아이템의 외형과는 상관없이 유니크함을 뒤섞었으며 뉴 미니멀리즘으로 서서히 그려냈다. 망토처럼 둘러싸인 폭넓은 스커트와 폴로 티셔츠의 스타일링 또한 흥미로운 조합. 평소 등산객의 옷차림에서 볼만한 허리 매듭 방식으로 위트를 내세운 그였다.


SS 컬렉션이 추억에 관한 감상평이었다면 FW 컬렉션은 가족에 관한 메시지로 볼 수 있다. 여동생의 결혼식에서 영감받은 그는 “이번 컬렉션으로 보이는 러브 레터를 쓴 것”이라며 “여동생의 캐릭터를 담아 실루엣과 디테일을 적용했다”라고 답했다.

실제로 런웨이 위의 모델들을 보면 각양각색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여동생은 매우 강인한 여성이며 유머러스하고 로맨틱하기까지 하다”라고 답한 록의 말처럼 과감하게 강조된 스티치 장식, 로맨틱하고 화사한 플로럴 패턴 등 한 가지 무드로는 정의할 수 없던 부분.

사실 컬렉션 테마로 역사적 인물을 공언하는 건 흔한 풍경이지만 가족을 향해 그려나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 이외에도 FW 컬렉션에서 그가 쏟아낸 것은 유난히 많은데 그중 대표적 예가 수트 실루엣이다. 피비 필로의 후계자답게 명민한 실루엣으로 수트를 다듬은 흔적이 엿보인다.


그런 그가 이번 20 RESORT 컬렉션에서 선보인 것은 패턴의 다양성과 뉴트럴 톤의 재발견. 의상 디자인을 위해 5개월 동안 홀로 힘썼다는 그는 일러스트레이션과 드레이핑에 무궁무진한 존재감을 부여했다. 체크 코트 위에는 PVC 재질로 마무리해 유니크함을 구현했으며, 언밸런스한 랩스커트에는 페이즐리 패턴을 통해 청량미를 불어넣었다.

매 컬렉션마다 가장 중점적인 부분을 ‘입는 사람의 편의성’으로 꼽는 그인 만큼, 이번 컬렉션 속 실용성 또한 어찌 보면 당연한 요소였다. 19 FW 당시 “수많은 패션디자이너들이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정보의 포화 상태로 더욱더 자극적인 패션에 집중한다”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드는 것”이라고 한껏 소신을 드러냈던 황록. 누구보다도 진실한 비전을 갖추고 있는 그에게 ‘반향(反響)’은 언제나 뒤따를 수밖에 없다. (사진출처: rokh, 보그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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