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을 우리편으로"…美 공화·민주, 긴즈버그 후임 인준전쟁

입력 2020-09-20 15:31   수정 2020-10-20 00:32


미국 연방 대법관 ‘인준 전쟁’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11월 3일)의 돌발 변수로 떠올랐다. 진보 성향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18일(현지시간) 췌장암 투병 중 87세를 일기로 유명을 달리하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노스캐롤라이나주 페이엣빌 유세에서 “다음주에 (후임 대법관) 후보를 지명하겠다”며 “여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긴즈버그 별세 하루 만에 후임자 지명 계획을 공식화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출입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보수 성향 여성인 에이미 코니 배럿 제7 연방고등법원 판사와 바버라 라고아 제11 연방고법 판사 등을 후보군으로 거론했다. 상원 다수당인 공화당도 트럼프가 후임 대법관을 지명하는 즉시 인준 투표를 하겠다고 ‘지원 사격’에 나섰다. 반면 민주당은 대선 후 새 대통령이 내년에 후임 대법관을 지명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대선보다 더 뜨거운 진영 싸움이 예상된다.

양당이 긴즈버그 후임을 둘러싸고 정면충돌하는 것은 후임자의 성향에 따라 한국의 대법원 겸 헌법재판소 역할을 하는 미 연방 대법원의 색깔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긴즈버그 별세 전 미 대법원은 ‘보수 5 대 진보 4’의 구도였다. 보수가 우세하긴 하지만 보수로 분류되는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균형추’ 역할을 하면서 최근 낙태, 성 소수자, 이민 등 현안에서 트럼프의 정책에 제동을 거는 진보적 판결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긴즈버그 후임으로 보수 대법관을 관철하면 대법원 구도는 ‘보수 6 대 진보 3’의 확실한 보수 우위로 바뀌게 된다. 미 대법관은 종신직이기 때문에 이 구도는 조 바이든이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상당 기간 바뀌지 않고 유지될 수 있다. 민주당이 집권해도 ‘보수 대법원’이 발목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바이든의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는 지지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트럼프가 오바마케어(버락 오바마 정부 때 도입된 건강보험)를 뒤집고, 이민자 보호를 중단하고, (낙태 권리를 인정한) 판결을 뒤집을 사람을 지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편투표 확대로 올해 대선 승패를 둘러싼 잡음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질 수 있다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이 후임 대법관 지명을 서두르는 이유라는 분석이 나온다. 2000년 대선 승패를 갈랐던 플로리다주 재검표 논란 당시 연방 대법원이 전면 재검표를 불허하면서 공화당 조지 W 부시가 승리를 거머쥐었다. 올해는 우편투표 확대로 경합주 곳곳에서 재검표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때 연방 대법원이 보수 쪽으로 기울어 있을수록 트럼프 대통령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후임 대법관 임명을 강행하면 민주당은 저지하기가 쉽지 않다. 현재 상원은 총 100석 중 공화당이 53석으로 인준에 필요한 과반수를 확보하고 있다. 공화당에서 최대 3명이 이탈해도 상원의장 역할을 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현재 공화당 상원의원 중 리사 머카우스키 의원과 수전 콜린스 의원이 대선 전 후임 대법관 지명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밖에 공화당 이탈표가 얼마나 더 나오느냐가 인준 전쟁의 승패를 가를 전망이다.

민주당은 공화당이 ‘내로남불’을 하고 있다고 공격하고 있다. 2016년 2월 보수 성향이던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 별세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후임자를 지명하자 공화당은 대선이 있는 해에 새 대법관을 지명해선 안 된다며 인준청문회를 거부했다. 그랬던 공화당이 지금은 말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18일 발표된 메인·노스캐롤라이나·애리조나주 여론조사(10~16일 실시) 결과 ‘바이든이 차기 대법관을 지명하길 바란다’는 응답이 53%, ‘트럼프가 지명하길 바란다’는 답이 41%였다고 전했다.

‘친트럼프’ 성향 매체인 폭스뉴스가 지난 7~10일 미 전역의 유권자 1191명을 대상으로 ‘누가 대법관 지명을 더 잘할 것이라고 보느냐’고 물어봤을 때도, 바이든이 52%로 트럼프 대통령(45%)을 7%포인트 앞섰다. 긴즈버그 후임 지명 논란이 대선에서 바이든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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