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년 광장시장의 도전…"차례상 새벽배송해요"

입력 2020-09-21 17:32   수정 2020-09-28 18:37


110년 역사의 서울 종로 광장시장이 사상 처음으로 비대면 온라인 판매에 나섰다. ‘대한민국 전통시장 1번지’로 불리는 광장시장의 변화를 이끈 이들은 6개 상점 대표들. 올 추석을 맞아 광장시장 대표 메뉴인 빈대떡을 비롯해 참조기, 약과, 한과, 육포, 사과, 배, 강정 등을 새벽에 배송하는 ‘차례상 새벽배송 서비스’를 내놨다.

광장시장의 새벽배송 프로젝트는 매년 정부나 대형 유통사들 주도로 펼쳐진 전통시장 살리기 프로젝트와 다르다. 이번엔 전통시장 상인들이 스스로 뭉쳤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이대로 죽을 수 없다”며 나섰다. 광장시장 최연소 상인인 추상미 박가네빈대떡·상미원 대표(42)가 온라인 판매의 깃발을 올렸고 벼랑끝에 몰린 상인들이 뜻을 같이했다.
수수료 없는 자립형 온라인 장터
광장시장에서 식품, 과일 등을 판매하는 상인 6명은 지난 15일부터 온라인으로 매장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오는 26일까지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추석 전인 29일이나 30일 새벽에 집 앞으로 배송한다. 서비스 지역은 수도권이다. 배송은 마켓컬리 출신이 창업한 신선식품 새벽배송 전문 스타트업 팀프레시가 맡았다.


광장시장 상인들은 판매 채널도 신생 온라인 채널 ‘파라스타’를 택했다. 네이버쇼핑, G마켓, 마켓컬리, SSG닷컴 등 대형 전자상거래(e커머스) 업체에 입점하지 않았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도움도 받지 않았다. 반조리, 완전조리된 차례상 메뉴를 세트 상품으로 판매하는 기존 식품업체들에 식재료를 납품하는 쉬운 길도 택하지 않았다.

추 대표는 “어려운 상인들을 돕기 위해선 첫째로 수수료 부담이 없어야 했다”며 “e커머스 입점을 고려하지 않은 이유는 수수료 부담이 없는, 광장시장 상인들만을 위한 자체 모바일 판매 앱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로 상인들이 내야 하는 수수료는 없다. 파라스타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상업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창업 컨설팅 플랫폼으로, 개그맨 오종철 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오 대표는 광장시장 제품을 온라인으로 팔고 싶어 하는 추 대표와 협업해 판매 수수료율을 ‘제로(0)’에 맞췄다.
연구원 출신 빈대떡집 손녀가 일냈다
전통시장의 비대면 판매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상점 전화로 주문하면 택배 배송은 전국 어디서나 받을 수 있다. 1~2년 전부터 일부 시장을 모아 모바일로 주문할 수 있게 한 ‘놀장’ 등의 앱도 등장했다. 하지만 시장의 브랜드 인지도가 낮고 품질도 편차가 커 대중화되지 못했다.

광장시장의 온라인 새벽배송은 모바일로 주문하고, 여러 상인의 제품을 담아 한 번에 결제한 뒤 묶음 배송받는다는 점에서 기존 서비스와 차별화된다. 이 서비스를 기획하고 주도한 건 박가네빈대떡의 추 대표다. 박가네빈대떡 2개 점포와 청과 브랜드 상미원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원래 대학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한 뒤 민간연구소에 근무하던 연구원이었다. 2014년 육아휴직 중 어머니가 운영하던 박가네빈대떡이 세무조사를 받으면서 그가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다. 그는 간판과 디자인을 다 바꾸고 과일과 커피를 파는 시장 안 카페 ‘상미원’도 경영하면서 광장시장의 탈바꿈을 시도했다.
“명성과 단골, 품질력이 도전의 힘”
추 대표는 코로나19 사태로 손님들 발길이 끊겼을 때 온라인 판매로도 승산이 있다고 봤다. 광장시장 상인들이 반세기 넘게 영업하며 쌓은 명성과 단골, 백화점에 뒤지지 않는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1955년부터 생선을 팔며 특급호텔과도 거래한 경험이 있는 ‘대원상회’, 1960년부터 영업한 폐백음식 전문점 ‘이화폐백’, 수입 고기를 취급하지 않는 한우·한돈 전문점 ‘제일축산’, 설탕 없이 강정을 만들기로 유명한 ‘총각강정’ 등의 품질을 믿었다. 이들 상점은 설·추석 명절마다 찾아오는 재구매객 비중이 30%를 넘는다. 박가네빈대떡을 3대째 이어 경영하고 있는 추 대표는 “든든한 단골의 힘이 자체 온라인 채널에 도전할 수 있는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온라인, 모바일, 새벽배송 등과 같은 유통 트렌드를 따라잡기에는 지금의 전통시장 상인들이 70대 이상으로 너무 고령화돼 있다”며 “젊은 상인들이 계속 나타나 시장을 바꿔야 전통시장에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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