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와 테슬라의 결정적인 차이점 [조재길의 지금 뉴욕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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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9-22 09:31   수정 2020-09-22 10:26

니콜라와 테슬라의 결정적인 차이점 [조재길의 지금 뉴욕에선]

미국 수소전기차 업체인 니콜라의 창업자 트레버 밀턴이 회사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한 건 현지시간(미국 서부) 기준으로 일요일이던 20일 자정 무렵이었습니다. 발표 2시간쯤 전 물류 정보지인 프레이트웨이브스가 밀턴 사임을 최초 보도했지요. 일요일 자정에 보도자료를 뿌렸을 만큼 니콜라의 내부 사정이 매우 급했다는 의미입니다.

밀턴의 사임 후 시장은 “니콜라는 사기 업체”라는 일각의 소문이 사실일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창업주이자 20% 넘는 지분을 소유한 최대주주가, 무성한 소문 속에서 갑자기 물러날 이유가 없다는 것이죠.

니콜라 주가는 20일 뉴욕 증시가 개장하자 마자 급락했고, 결국 19.33% 떨어진 27.58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나스닥에 기업을 공개(IPO)한 직후였던 올해 6월 9일의 최고점(79.73달러) 대비 3분의 1 토막이 난 겁니다.

니콜라 주가가 최근 급등했던 건 ‘제2의 테슬라’라는 분석이 늘면서입니다. 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업체로 급부상한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처럼, 밀턴의 니콜라 역시 미래 자동차 업계의 리더가 될 것이란 기대가 높아졌습니다.

불을 댕긴 건 GM이었습니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 GM은 20억달러어치 현물을 투자해 니콜라 지분을 11% 취득하고, 니콜라의 첫 수소트럭 ‘배저(Badger)’를 자신들이 생산한다는 계획을 최근 내놨죠.

하지만 니콜라와 테슬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테슬라 역시 니콜라처럼 공매도가 집중되는 종목이면서 고평가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한해 수십만 대의 차량을 실제로 판매하면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니까요. 실제 수소차 샘플이라도 갖고 있는지 논란이 일고 있는 니콜라와는 다른 겁니다.
광고 영업사원 vs. 천재 엔지니어
니콜라의 트레버 밀턴 전 회장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닮고 싶어했던 것 같습니다. 회사 이름에서 잘 드러나지요.

테슬라라는 회사 이름은 20세기 초반의 천재 과학자 ‘니콜라 테슬라’ 이름에서 따온 겁니다. 죽을 때까지 불운했으나 교류(AC) 전류를 발명한 인물로 후대에서 추앙 받고 있지요. 2000년대 초반 이미 성공한 벤처 사업가였던 머스크는 2004년 2월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시리즈A 투자를 단행한 뒤 회장 자리에 앉았습니다.

전기자동차 회사 이름만 놓고 보면 테슬라와 니콜라는 이 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밀턴 전 회장은 머스크보다 10살 어립니다. 1981년생이죠. 그러나 미 아이비리그인 펜실베이니아대에서 학위를 받고 스탠퍼드대에서 공부한 뒤 여러 성공적인 벤처 신화를 일궜던 머스크와는 출발부터 많이 달랐습니다.

밀턴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미 유타주의 한 지역 칼리지를 다녔지만 한 학기만에 그만두고 영업 일을 시작했습니다. 경보기를 팔다 중고차 광고 전단을 띄우는 웹사이트를 운영하기도 했지요. 대부분 실패를 맛봤습니다. 이후 대체에너지 자동차 회사를 만들었으나 여러 소송전 끝에 회사를 처분했습니다.

밀턴이 동생(트래비스)과 함께 니콜라를 창업한 건 2015년입니다.불과 5년 만에 기업을 상장시켰지요. 머스크가 이미 운영 중이던 기업(테슬라)을 2004년 초 인수한 뒤 기업공개(2010년 6월)한 기간보다 빨랐습니다.
애플의 비즈니스 모델 꿈꿨나
불과 열흘 전 “니콜라는 사기 업체”라고 직격탄을 날린 건 헤지펀드 업체인 힌덴버그 리서치였습니다. 별도 보고서에서 “니콜라는 수소전기차 생산을 위한 기술이나 설비를 전혀 보유하지 않고 있다” “수소차 주행 영상도 조작이다”고 주장했지요. 특히 니콜라가 공개한 수소차 주행 영상은 차량이 스스로 달린 게 아니라 언덕에서 굴렸던 것이란 내부 직원 제보도 내놨습니다.

힌덴버그는 공매도 전문업체입니다. 타깃으로 정한 종목의 주가가 떨어져야 수익을 내는 회사이죠. 보고서 이후의 진행 흐름을 보면, 이번 공매도 전략으로 힌덴버그는 막대한 수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힌덴버그 보고서가 나왔을 때부터 니콜라 대응은 석연치 않았습니다. 힌덴버그가 공개적으로 53개 질문을 던졌는데 10개만 답변한 뒤 “나머지는 추후 밝히겠다”고 했기 때문이죠. 또 주행 영상 의혹에 대해선 “차량이 스스로 달렸다고 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니콜라의 지금까지 대응을 보면, 니콜라가 진짜 수소전기차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지 합리적인 의심이 드는 게 당연합니다.

수소전기차는 모든 완성차의 지향점입니다. ‘궁극의 친환경차’라고 불리는 배경이죠. 충전 시간이 매우 짧고 주행거리가 긴 반면, 순수한 물 외에 배기오염 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앞선 수소전기차 기술을 확보한 현대차가 관련 연구에 뛰어든 게 1998년입니다. 초기 단계의 수소차를 본격적으로 생산한 게 2013년이구요. 자동차 관련 아무런 배경이 없던 초기 벤처기업 니콜라가 창업한 지 5년여 만에 ‘수소차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건 아이러니입니다.

니콜라는 어쩌면 ‘제2의 애플’을 꿈꿨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애플은 전 세계에 제조 공장을 하나도 갖고 있지 않지만 시가총액 2조달러짜리 세계 최대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애플은 핵심 기술력과 수많은 특허를 갖고 있지요. 전 세계 밸류체인을 모아 협업하는 모델을 만들기에, 니콜라의 역량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수소전기차의 핵심은 고압의 수소 저장능력 확보인데, 이걸 단기간에 이룰 수 없습니다. 니콜라가 여러 자동차 관련 회사들을 향해 줄기차게 “제휴하자”고 손짓했던 배경엔, 핵심 기술이 없기 때문이란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립니다.


니콜라는 22일 또 한 번 테슬라와 비교될 것 같습니다. 테슬라가 전 세계 이목을 끄는 ‘배터리 데이’를 열기 때문이죠. 머스크는 실리콘밸리 프리몬트 공장에서 연례 주주총회와 함께 배터리 관련 신기술을 공개하는 행사를 오랫동안 준비해 왔습니다.

사실 테슬라의 머스크는 밀턴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지난 6월엔 트위터에 니콜라의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놓고 “멍청하다”고 조롱하기도 했지요.

이번 ‘니콜라 사태’는 어떻게 결론이 날까요. 일단 미 법무부와 금융당국이 ‘사기 의혹 사건’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만큼 예단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회사를 떠나게 된 밀턴은 적지 않은 돈을 손에 쥐게 될 게 분명합니다. 사임 직전 회사와 체결한 계약에 따라 31억달러(3조6000억원) 이상의 주식을 현금화할 수 있다고 CNBC가 이날 보도했지요. 지난주 금요일 주가(주당 34.19달러) 기준이어서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이 자기 부담이긴 합니다.

니콜라의 미래 성장성만 보고 회사에 돈을 넣은 투자자들만 상당기간 마음을 졸이게 생겼습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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