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하강의 어두운 그림자 '극단적 선택'...연말이 위험하다 [신현보의 딥데이터]

입력 2020-09-27 15:20   수정 2020-10-06 03:3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빠르게 하강하는 가운데에서도 고의적 자해(자살) 사망자가 둔화 추세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경기 충격이 가해진 이후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하지만 올해는 마이너스 성장이 확실시 되는 데도 다행히 자살에 따른 사망자는 감소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주식 등 호황에 따른 자산 가격 상승과 재난지원금 효과, 재택 근무·휴직 확산 등에 따른 대인 스트레스 감소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등 유동성을 동원해 경기 하방을 지탱해온 영향도 있다.

문제는 최근 자살률이 다소 꿈틀거리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자살 사망자수는 3~5월에 가장 많은데 비해 올해는 7월에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중반을 넘어서면서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에 따른 경기 충격과 코로에 장기화에 따른 우울증(코로나 블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만큼 극단적 선택을 줄이기 위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코로나 블루의 장기화, 경기 충격의 가시화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고의적 자해(자살) 사망자 잠정치는 총 7461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 하락했다. 자살자 수는 경기 위축에 따른 영향으로 최근 2년간 늘어왔는데 정작 코로나 충격이 덮친 올해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자살 사망자 수는 월별 내내 전년 동기 대비 하락세를 보이다 가장 최근인 7월 1130명으로 연중 최고를 나타냈다.

이대로 가다간 연말을 앞두고 자살자 수가 급증할 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진다. 한국은행을 포함해 대부분 기관들이 올해 경제가 역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기 때문이다. 상반기 재난지원금 효과가 소멸되고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하반기 경기 악화가 불가피하다. 이미 7~8월 경제 지표들은 경기 급락을 예고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경제 성장률과 자살률 간 역 상관관계가 크다. 자살률이 가장 많이 급등했던 시기는 경제 위기가 불거졌던 시기와 일치한다. 실질 GDP 증가율 그래프를 거꾸로 놓고 전년 대비 자살률 증감률과 비교해본 결과 등락 추이가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IMF 사태 여파로 1998년 성장률이 -5.1%였을 당시 자살률은 전년 대비 40.5%포인트나 폭등했다. 그러다가 이듬해 증시와 부동산 시장 호황을 보이고 닷컴 붐으로 고용률이 회복되자 자살률은 뚝 떨어졌다. 카드대란이 불거졌던 2003년에 성장률이 3.1%로 전년 7.7%에 비해 크게 떨어지자 자살률도 26.3%포인트 급등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졌던 2009년 성장률이 0.8%로 IMF 이후 최악을 기록했을 때도 자살률은 19.2%포인트 치솟았다.

이후 주춤해왔던 자살률은 경기 둔화가 본격화된 2018년 증가세로 전환했다. 올해 경기가 역성장할 경우 이 수치가 갑자기 폭등할 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7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0.2%에서 -1.3%로 하향조정했다. 코로나19가 재확산세를 보이면서 경기 하강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코로나19가 겨울까지 이어진다는 '비관적 시나리오'에서는 최악의 경우, -2.2%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미 최근 경제 지표들에서는 경기 하강세가 뚜렷하다. 7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소비 경기를 보여주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6.0% 감소해 넉달 만에 하락했다. 반도체 부진 탓에 8월 수출물가도 전월 대비 0.2% 내려 넉달 만에 떨어졌다. 8월 고용동향도 취업자수가 코로나19 유행 전인 2월보다 60만명이나 급감했다. 이들 지표들은 코로나19 재확산 여파가 미반영돼, 다음 지표는 더 악화될 전망이다.
솔로·학생·주부·무직이 더 취약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면 특히 경제적으로 취약한 1인 가구와 고용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청년층 등에서 자살자 수가 늘고 있다. 이들은 2017년을 기점으로 V자 반등세가 뚜렷해 관리가 필요한 계층으로 꼽힌다.

2018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 중 미혼과 이혼한 사람이 전년 대비 각각 13.5%, 11.8% 늘면서 배우자가 있는 7.6%를 크게 웃돌았다. 실제 올해 2분기 1인 가구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2.4% 떨어졌다. 유일하게 2분기 연속 하락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최근 20대의 고용률과 경제활동참가율이 성인 중 가장 낮고,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인구가 고공행진 중인 점도 자살자 지표에 나타난다. 2018년에 자살로 사망한 학생·가사·무직은 전년 대비 21.7% 늘어난 8161명으로 전체의 60%에 달했다. 경제적 자급자족이 떨어지는 이들은 경제 위기 때와 등락 추이가 흡사해 경기 흐름에 취약성이 가장 높은 직업군으로 확인된다. 직업별로 전문직 등은 대체로 감소한 점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서울시 자살예방센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만 극단적 선택을 한 20대가 전년 대비 두 배가량 늘었다. 2019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전 연령층 중 20대 자살자 수만 2년 연속 상승했다. 20대의 '쉬었음' 인구는 지난 3년간 64.3%로 전 연령층 중 가장 많이 늘어나면서 고용 불안과 경제적 무기력함이 자살률을 높이는 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성 자살자 수 추이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해 들어 남성의 경우 매달 전년 대비 자살 사망자 수가 줄었지만, 여성의 경우 3·4·6월은 전년 대비 상승하고 3월 이후 340명 안팎으로 자살자 수가 유지되고 있다. 여성은 코로나19 직격타를 맞은 숙박음식점업에 종사하는 비중이 12% 정도로 서비스업 종사자 비중이 많고, 이마저도 비정규직이 대부분이어서 경제적 타격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바이러스는 실업과 자살 동반


김현수 서울시 자살예방센터장은 하반기 자살 급증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까지 발표된 올해 통계치는 추정치이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어떻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하지만 세계적으로 역대 바이러스 사태가 종식이 되지 않은 시기에는 자살 변동이 크지 않았지만, 사태가 안정된 후 실업과 함께 자살률이 확실히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자살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국가나 사회단체가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는 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구해야 한다"며 "개인이 스스로 자살을 방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자원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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