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외식업계 '신 스틸러' 전략

입력 2020-09-22 17:42   수정 2020-09-23 01:12

영화판에는 ‘신 스틸러(scene stealer)’라는 말이 있다. 주연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조연급 배우에게 주는 최고의 찬사다. 스토리와 주연은 기억 못 해도 0.1초의 표정과 대사 한마디는 관객에게 오랜 기억으로 남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외식 생태계가 위기에 처한 가운데 이를 극적 대전환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발 빠른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상업공간 기획자들은 오프라인 외식 매장을 ‘신 스틸러’, 즉 명품 가구와 조명, 예술품을 동원해 ‘한번 가보면 절대 잊지 못할 장소’로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성공 사례도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다.
작품 같은 아이스크림 가게
서울 한남동 유엔빌리지 언덕을 걷다 보면 붉은 벽돌 건물 전체가 화려한 그라피티로 뒤덮인 건물을 만날 수 있다. 지난 7월 SPC그룹의 배스킨라빈스가 문을 연 ‘하이브 한남’이다. 벌집을 주제로 만든 이 공간은 창립 35년 만에 배스킨라빈스가 선보인 첫 번째 프리미엄 카페 공간이다. 유기농 아이스크림만을 판매하는 유일한 매장이고, 커피 원두도 일반 매장과 다르다. 아이스크림이 주연이지만 ‘하이브 한남’을 각인시키는 건 공간과 인테리어다. 건물 외벽 한 면은 디자인 브랜드 ‘패턴 피플’이 디자인하고, 국내 유명 그라피티 디자이너 범민이 완성했다.

내부는 더 색다르다. 5층 규모의 건물에 층마다 캘리포니아 출신 디자이너 그라다, 마리아 코넬리어스, 프란체스카 카폰 등이 협업한 예술품이 자리 잡고 있다. 아이스크림과 쿠키를 주제로 했다. 갤러리에 온 것처럼 가구는 최소화하고 창밖 경치를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조명 등 소품은 미국 포틀랜드의 스텀프타운, 솔트앤드스트로 등의 공간을 디자인한 회사 ‘오스모스디자인’이 맡았다.

SPC그룹은 하이브한남을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아트 디렉터를 섭외, 1년에 걸쳐 공간을 기획하고 구성했다. SPC그룹 관계자는 “단순히 아이스크림을 파는 공간을 넘어서 건축적 상상력과 몰입감을 자아내는 예술적인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가구 보러 카페에 가는 MZ세대
지난 8월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에는 세계적인 카페가 문을 열어 화제를 모았다. 영국 출신 산업 디자이너인 톰 딕슨의 가구와 조명으로 공간을 채운 ‘톰 딕슨, 카페 더 마티나’의 한국 1호점이 들어섰다. 톰 딕슨의 아이콘 격인 둥근 조명 ‘미러볼’이 설치됐고, 의자와 테이블도 그의 작품으로 꾸며졌다. 이 공간에서는 카페의 메뉴를 즐기며 딕슨이 디자인한 가구와 조명, 소품도 구매할 수 있다.

카페의 본질은 커피 맛이지만 이를 넘어서서 압도적인 경험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명품 디자인 가구와 조명을 배치한 카페도 늘고 있다. 청담동 앤더슨씨 카페는 덴마크 조명 브랜드 ‘루이스폴센’의 PH시리즈, 베르너 팬톤이 디자인한 ‘베르판 글로브 펜던트’ 등을 설치해 SNS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이 카페는 빈티지 가구 수집가 앤더슨 최 대표의 소장품으로 구성됐다. 최근 한남동 ‘나인원 한남’에도 두 번째 매장을 열었다. 한남동 지점에는 독일 브랜드 ‘텍타’의 의자와 탁자가 배치돼 있다. 명품 가구로 꾸민 공간을 직접 경험하고 브런치를 즐길 수 있어 2030세대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디자인 카페 ‘아분드’ 역시 가구와 조명으로 유명해졌다. 스위스 디자인 기업 비트라의 가구와 루이스폴센의 펜던트 조명을 썼다. 한남동 단독주택을 개조한 매장 곳곳에 식물을 배치하고, 채광이 잘되도록 창을 내 사진 찍기 좋은 명소로도 인기다.

최명화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밀레니얼과 Z세대는 압도적인 공간과 새로운 경험에 대한 끝없는 니즈가 있다”며 “코로나19로 자유로운 외부 활동이 제한적인 만큼 한 번의 경험이라도 더 강렬한 인상을 주는 장소를 찾으려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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