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재의 산업지능] 대학이 기업을 가르치던 시대 지났다

입력 2020-09-23 17:19   수정 2020-09-24 00:10

에디슨은 1879년 그가 발명한 백열전구를 세상에 공개한다. 전력을 생성하고 배송해 가정에 공급하는 에디슨의 전력 공급 시스템은 이로부터 3년 뒤인 1882년에 완성된다. 첫 전구 개발에서 전기의 상용화와 사업화까지 3년 만에 이뤄졌다는 것은 요즘 세상의 기준으로 평가해도 경이롭다. 1882년은 전기전자 역사에서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세계 최초로 전기전자공학이 정식 학제로 MIT에 개설된 해다. 역사가들은 MIT의 전기전자공학과 개설이 미국 전기산업의 태동을 이끌어냈고 20세기 기술 부국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고 해석한다.

보통 공학 이론이 세상의 혁신을 이룬다고 생각하지만 그 반대 경우를 더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라이트 형제가 첫 유인비행을 성공할 때는 항공학이 정립되지 않았다. 그들은 수많은 실험을 통해 당시 이론으로 정형화되지 않은 비행역학의 원리를 찾아내 유인비행을 성공시켰다. 요즘 각광받고 있는 스마트 팩토리 전문과정이나 전공도 데이터 시대 제조산업의 요구로 탄생했다. 즉, 산업의 요구가 새로운 공학 분야를 창조한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가속화되고 있는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서, 사회는 대학의 역할과 그 존재 가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미 정형화된 학제의 대부분 과목은 인터넷에서 공짜 강의를 찾을 수 있다. 책 저자가 직접 강의하거나 명강으로 소문난 강사의 강의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학마다 소문난 교수들이 코로나 사태를 맞아 강의를 공짜로 개설하면서 이젠 대면강의보다 더 나은 강의를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을 정도다.

이런 시대에 대학의 존재와 역할은 무엇일까? 해답에 이르는 단초는 에디슨과 MIT에서 찾을 수 있다. 에디슨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발명가이지만 기술 개발을 통해 산업을 창조한, 요즘 시대로 치면 벤처창업가이기도 하다. 그의 도전으로 혁신 비즈니스가 창조됐고, 이 비즈니스의 성장 가능성을 본 MIT는 과감한 교육 혁신을 시도해 미국이 전기전자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우리는 산업의 디지털 전환이란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작점에 있다. 이미 디지털 기술을 통해 다양한 성공 비즈니스가 창조되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 분야에서 성공한 벤처기업이 나오기 시작했고, 물류·유통 분야에서도 디지털 혁신을 통해 전통적인 강자에 도전하는 기업들이 생기고 있다. 이런 기업의 성장이 소수 기업가만의 성공이 아니라 전체 산업 육성과 국가 경쟁력으로 승화되기 위해서는 대학의 역할이 절실하다.

이제까지 대학의 산학협력 패러다임은 대학이 기업에 한 수 가르친다는 가정에 근거했다. 이런 가정을 폐기하고 새 상생 혁신 모델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성공한 벤처의 본사를 대학에 유치하고, 대학은 기업들이 창조한 새로운 기술 생태계를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 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구축하는 것도 고민해 볼 수 있다. 대학은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해하며 산업에 맞는 인력을 양성하고, 벤처는 이들을 고용해 기술적 기반을 다지는 새로운 상생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벤처기업에 국한할 필요는 없다. 대기업도 임직원들의 끊임없는 재교육과 기술 습득이 필요한 세상이다.

코로나 사태로 가속화된 디지털 전환은 우리 고등교육이 세계를 리드할 천재일우의 기회일 수 있다. 특히 공학전문 대학과 공대 교육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도할 기회다. 대학에 벤처기업이 상주하고 상생을 도모하는 테크노파크 건설을 정부가 추진하고 있지만 이런 공간 공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좀 더 과감히 연구실·강의실을 개방하고 기업과 협업을 통해 상용화까지 함께하는 모델을 구축하는 강력한 공대 혁신이 필요하다. 대학은 물리적·행정적·문화적 벽을 허물어야 생존이 가능하다.

물론 ‘대학이 기술 직업 훈련원’이냐는 비아냥과 비평도 있지만, 그렇다고 대학이 교수들만 이해하는 수식과 전문용어를 논하는 자리는 더더욱 아니다. MIT도 공학 혁신을 시도할 때 다른 대학으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세상에 필요한 전문 기술인력 양성이란 비전과 가치만 바라보며 과감한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공학교육과 공학전문 대학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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