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에 두 번이나 퇴짜 맞은 니콜라…세계 최고 기술 탐냈다

입력 2020-09-24 11:59   수정 2020-10-22 00:32


미국 수소트럭 스타트업 니콜라를 둘러싼 사기 의혹이 나날이 커지면서 세계 최초로 수소트럭 양산 체계를 구축한 현대차의 경쟁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올 7월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 대형트럭 '엑시언트' 양산 체제를 구축한 현대차는 두 차례나 니콜라의 제안을 거절했다.
니콜라, 힌덴버그 보고서에 엉터리 해명…논란 심화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대항마로 꼽혔던 수소트럭 스타트업 니콜라에 실체가 없다는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시장에서 테슬라에 이은 유니콘 기업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던 니콜라였지만, 지난 6월 우회상장을 한 이후 이러한 의혹에 주가가 크게 요동치길 반복했다. 이러는 와중에 사기 의혹을 담은 리서치 기관 힌덴버그리서치의 보고서까지 등장했다.

힌덴버그의 '니콜라 : 어떻게 거짓말의 홍수를 활용해 미국 최대 자동차 OEM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었나' 보고서에는 니콜라가 수소전기차 생산을 위한 기술이나 설비를 전혀 보유하지 않았고, 이들이 과거 발표한 시제품과 자료도 조작이라는 주장이 담겼다.

니콜라가 공개한 수소트럭 '니콜라 원'이 주행하는 영상도 '언덕에서 굴러 내려가는 장면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니콜라는 '동력전달장치 작동 중'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반박을 내놓기도 했다.

니콜라가 의혹을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자 창업자 겸 회장인 트레버 밀턴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자리를 내놨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영국 에너지 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등 몇몇 잠재적 협력사들과 벌여오던 수소 충전소 건설 논의도 중단됐다며 사기 논란이 사업에 차질을 주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니콜라는 직접 수소트럭을 생산하지 않고 수소연료전지는 독일 부품 기업 보쉬에, 트럭 조립은 이탈리아 업체 이베코에 맡기는 등 파트너십에 의존하는 회사다. 협력사 이탈이 본격화되면 향후 정상적인 사업 추진은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논란이 커지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미 법무부도 사안을 조사하기로 했다.

기술력을 과장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사기 스타트업은 이전에도 존재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니콜라 사태가 실리콘밸리 최악의 사기극으로 꼽히는 테라노스와 같은 수순을 밟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테라노스는 미량의 혈액으로 250여종의 질병을 진단하는 의학 키트를 개발했다고 홍보해 미국 최고의 유니콘 기업이 됐지만, 사기극임이 드러나 2018년 청산 절차를 밟았다.
차여도, 또 차여도 현대차에 구애한 니콜라…세계 최고 기술 탐냈다

니콜라는 영상 속 트럭에 동력전달장치 작동 중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거나, 자동차 부품인 인버터를 자체 생산한다며 공개해놓고 인버터에 붙은 타사 상표는 관행에 따라 숨겼다는 등 의혹을 사실상 인정하는 해명을 내놓고 있다. 이에 니콜라가 구애를 아끼지 않았던 현대차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수소트럭 제조 기술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이미 확실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현대차와의 협력을 애걸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트래버 밀턴 니콜라 창업주는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현대차에 협력을 두 차례 제안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도 현대차와 함께하고 싶다며 구애를 멈추지 않았다. 현대차는 내부적으로 니콜라의 수소트럭에 대해 분석한 결과 기술 수준이 자사보다 한참 뒤처진다고 판단해 협력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지난 7월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 대형트럭 '엑시언트' 양산 체제를 구축하고 10대를 스위스로 수출한 바 있다. 연내 추가 40대, 2025년까지 총 1600대가 수출될 예정이다. 엑시언트는 세계에서 유일한 수소트럭 상용모델이기도 하다. 190kW급 연료전지 시스템과 최고 출력 350kW를 발휘하는 구동모터를 탑재했고, 1회 충전으로 약 400km 주행이 가능하다.


현대차는 향후 독일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등 다른 유럽 국가와 미국에도 수소트럭을 선보일 계획이다. 내년에는 군포-옥천 구간 등 국내에서 수소트럭 운행 시범사업도 진행한다. 이를 통해 성능개선 과정을 거치고 2023년부터 본격적인 양산과 보급에 나설 방침이다.

현대모비스, 현대건설기계와 수소지게차 시제품도 개발했다. 최대 5t의 화물을 들어올릴 수 있는 중대형 지게차로, 울산 등 규제자유특구와 수소시범도시에서 본격적인 시범운행을 진행할 예정이다. 3사는 연내 수소굴착기 시제품도 공개하기로 했다.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은 자동차 외 부문으로도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스위스 수소저장 기술 업체인 ‘GRZ 테크놀로지스’와 유럽 에너지 솔루션 스타트업에 발전기용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수출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 7월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연료전지시스템은 선박이나 열차, 도심형 항공기, 빌딩, 발전소 등 일상의 모든 영역과 군사용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며 “수소를 이용한 전기 생산은 미래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이자 미래 핵심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은 완전히 새로운 회사가 등장해 수소차 분야를 혁신하기 바란다는 것이 니콜라의 주장이었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력이라는 것을 배웠을 것"이라며 "세계 수소차 시장을 선점할 독보적인 실력을 갖춘 현대차의 전망이 더 밝아졌다"고 평가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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