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위협 일찍 포착하려면 실시간으로 데이터 분석하라

입력 2020-09-24 15:09   수정 2020-09-24 15:11

노르웨이 아이스커피 시장의 90%를 차지한 ‘티네’라는 기업이 있다. 2010년 티네 앞에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했다. 필터 커피와 커피열매 유통업체 프릴레(Friele)다. 신제품을 성공적으로 출시하면서 시장을 조금씩 잠식하고 있었다. 티네의 입지가 흔들렸다. 매출과 시장점유율에 경고등이 켜졌다. 위기를 감지한 티네 경영진은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했다.

대응책을 고민하던 그들은 의외의 곳에서 해답을 찾았다. SNS 모니터링 사이트다. 티네는 온라인상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SNS 데이터를 분석했다.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쟁사 제품은 중장년 세대보다 젊은 소비자에게 인기가 있었다. 새롭고도 멋진 알루미늄 포장 때문이었다. 하지만 티네는 소비자들이 경쟁사 제품의 커피 맛에는 그다지 열광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 너무 달다는 평가가 있었다. 소비자들은 오히려 티네 제품의 맛을 더 선호한다고 판단했다.

이런 사실을 입수한 티네 경영진이 광고 캠페인과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썼을까? 아니었다. 그들은 그냥 지켜보며 기다리기로 했다. 비용이 많이 드는 전략은 접어 두기로 한 것이다. 이것은 훌륭한 결정이었다. 경쟁사가 제품 포장을 멋지게 했지만 자사의 탄탄한 입지를 위협하지는 못했다. 경쟁사 프릴레는 시장에 진입할 수는 있었지만 티네의 점유율을 90% 아래로 끌어내릴 수는 없었다. 오히려 경쟁사 진입으로 아이스커피 시장이 뜨겁게 달궈지는 바람에 가장 많은 혜택을 본 것은 시장지배자 티네였다. 이 사례는 의사결정에서 외부 데이터의 가치가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할 때 기회와 위협을 이전보다 더 일찍 포착할 수 있다.

데이터를 의사결정에 활용한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스포츠 브랜드 A사는 후드티를 판매하고 있다. 2008년 영국 경찰은 용의자들이 범죄를 저지를 때 얼굴을 감추기 위해 이 브랜드의 후드티를 입는다고 언론에 밝혔다. 경영진은 후드티 생산 판매를 중단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했다. 경영진은 폐쇄회로TV(CCTV)를 분석해보기로 했다. 범죄 용의자들이 피해자와 CCTV 카메라로부터 얼굴을 가리기 위해 후드티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자세히 관찰했다. 후드티는 원래 이마에서 몇 센티미터 정도 튀어나오도록 깊게 디자인됐다. 후드티에 달린 모자를 덮어쓰면 얼굴이 가려진다. 회사는 브랜드 가치도 지키고 동시에 문제도 해결하는 방법을 찾았다. 후드티의 앞쪽 가장자리를 짧게 줄여 얼굴을 가리지 못하도록 디자인했다. 새로운 디자인 제품이 시판되자 영국 경찰들이 이 브랜드를 거론하는 일이 점점 줄어들었다.

이 문제를 해결한 방식은 전통적인 경영의 의사결정이 아니다.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외부 데이터였다. 데이터를 활용한 덕에 A사는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해결할 수 있었다. 브랜드 가치도 손상되지 않았다. 기업은 이제 온라인상의 엄청난 정보를 소음으로 여기지 않는 추세다. 디지털 경영의 중요한 시그널로 활용한다.

외부 데이터를 분석해 내부에서 찾을 수 없는 통찰을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이 진화하고 있다.

이태석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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