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민에 1000만원씩 '마통'…이재명식 계산, 얼마들까 [박종서의 금융형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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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9-25 08:10   수정 2020-09-25 09:02

경기도민에 1000만원씩 '마통'…이재명식 계산, 얼마들까 [박종서의 금융형통]


요즘 고민입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제기하는 금융 이슈에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말입니다. 금융상식에서 워낙 벗어난 이야기를 쏟아내다보니 어디서부터 문제를 삼아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법정 최저이율을 연 10%로 제한하고, 단 돈 1조원(?)으로 전국민에게 연 1~2%짜리 마이너스 통장을 1000만원씩 열어 주겠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계속 토론을 해보자고 합니다.

이 지사의 주장들은 사법시험을 합격한 법률가가, 3년째 경기도정을 이끄는 행정가가 내놓을 만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실현 가능성보다는 정치인으로 화제를 일으키려는 목적이 큰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최고금리를 연 10%로 낮추면 저소득 저신용층에게 이익이 될지 손해가 될지는 명백합니다. 예를 들어 저의 신용등급을 고려할 때 ‘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금융회사에 연 11%의 이자는 내야한다고 해보겠습니다. 법정 최저이율이 연 10%라면 제가 연 11%의 이자를 주겠다는데도 대출을 얻을 수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슨 수가 있겠습니까. 돈을 못 구하는 거지요. 저의 억울한 사정은 통계에도 잡히지 않습니다. 그냥 세상에 없는 일이 되는 겁니다.

저는 최고금리 인하 기사를 쓸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연 34.9%에서 연 27.9%로 최고금리가 떨어지면 연 27.9% 이상의 이자를 내야만 돈을 빌릴 수 있는 사람들은 금융시장에서 퇴출’ ‘연 27.9%에서 연 24%로 최고금리가 떨어지면 연 24% 이상의 이자를 내야만 돈을 빌릴 수 있는 사람들은 금융시장에서 퇴출’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금융회사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데 연 27.9%를 받아야 하는 금융소비자에게 연 24%로 이자를 깎아주겠습니까. 차라리 안 빌려주고 말죠.

산와머니라는 대부업체 기억 나실지 모르겠습니다. 텔레비전에서 얼마나 광고를 하던지 ‘산와~ 산와~산와머니~ 산와~ 산와~ 믿으니까~ 걱정마세요’라는 노래를 당시 초등학생들까지 따라 부를 지경이 됐지요. 요즘 산와머니 아예 일을 안 합니다. 등록상태만 유지하고 있습니다. 기존 대출 연장도 안 해줍니다. 무조건 회수입니다.

저신용자들이 돈을 빌릴 곳이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고금리 장사로 서민의 피를 빠는 악덕 대부업체’가 사라져서 좋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회사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전국민에 저금리로 1000만원씩 마이너스 통장을 선사해주겠다는 말은 수긍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마이너스 통장을 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1조원이면 가능하다고 하는 게 문제입니다.

이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습니다. “상환불능 기본대출을 국가가 책임지는 조건으로 5000만명 모두에게 1000만원의 저금리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준다고 해도, 국가의 재정부담은 상환불능자가 1000명 중 1명(0.1%)이라면 5000억원, 500명 중 1명(0.2%)이라면 1조원에 불과합니다.”

부실률이 0.2%이라면 1조원이 든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 지사의 같은 글에는 이런 표현이 등장합니다. “시중은행 연체율은 0.1~0.2% 수준이며 연체도 압류 등 강제집행으로 대부분 회수하니 최종 손해율은 매우 낮습니다.” 은행들이 대출을 해주는 고신용자(1~3등급)의 연체율이 0.1~0.2%라고 했지요. 그래놓고 8등급, 9등급, 10등급 등을 포함한 전국민의 부실률을 0.2%로 계산하는 겁니다.

이렇게 나온 돈이 1조원입니다. 1조원 갖고 될리가 없지요. 전국민의 신용등급이 1~3등급이어야 가능한 금액이니까요. 이 지사가 쓴 글을 고스란히 인정해도 이런 결과가 나옵니다.

** 다만 부실율과 연체율의 개념은 약간 다릅니다. 이 지사는 부실율과 연체율을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두 단어의 개념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빌려줬다가 떼인 돈의 비율을 의미하는 부실율은 연체율보다 낮게 나오는데 그것을 감안해도 1조원으로는 안됩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0일 발표한 ‘7월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잠정]’에 따르면 가계대출 연체율(1개월이상 원리금 연체기준)은 0.26%입니다. 주택담보대출은 0.26%,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신용대출 등)은 0.45%입니다. 마이너스 통장은 신용대출의 범주에 들어갑니다.**

나이스평가정보는 2018년 말 대출 불량률을 1.64%로 집계했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이것보다 훨씬 높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숫자는 신용등급이 너무 낮아서 대출을 아예 해주지 않은 사례는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기도의 인구는 1337만명이고 한 해 예산은 27조원입니다. 이 지사의 계산(부실률 0.2% 적용)대로 라면 경기도는 2674억원으로 전체 도민에게 1000만원짜리 마이너스 통장을 줄 수 있습니다. 이 지사가 경기도정의 총책임자이니 경기도 예산의 1%를 사용해 먼저 경기도부터 시행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 지사가 이런 사정을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지사가 만약 몰라서 그런다면 설명을 더 자세히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거 같지가 않아서 걱정입니다. 그리고 이 지사의 주장에 금융당국이 신경을 쓰는 거 같은 분위기도 감지돼서 기사를 써봤습니다.

이 지사는 24일에도 공개토론을 피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가능하다면 진심으로 생산적인 공개토론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박종서 금융부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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